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짓밟힌 여성들의 삶을 보듬는 것에서 진실의 역사를 다시 시작하겠다”며 정부 공동조사단을 꾸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군이 저지른 성폭력 범죄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5·18 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아 발표한 메시지에서 “한 사람의 삶, 한 여성의 모든 것을 너무나 쉽게 유린한 지난날의 국가폭력이 참으로 부끄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겨레>는 최근 ‘5·18 그날의 진실’ 시리즈(<한겨레> 5월8일치 1면 등)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과 국군보안사령부가 여성을 대상으로 무자비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4차례에 걸쳐 연속보도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5·18 당시) 집으로 돌아오던 여고생이 군용 트럭에 강제로 태워졌고, 새벽기도를 마치고 귀가하던 회사원이 총을 든 군인들에게 끌려갔다. 평범한 광주의 딸과 누이들의 삶이 짓밟혔고, 가족들의 삶까지 함께 무너졌다”며 “오늘 우리가 더욱 부끄러운 것은 광주가 겪은 상처의 깊이를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 알지 못하고, 어루만져주지도 못했다는 사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성폭행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밝혀내겠다. 피해자 한 분, 한 분이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방부와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가 참여하는 공동조사단 구성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오월 광주로 인해 평범한 우리들은 정의를 잊지 않을 수 있었다. 촛불광장은 오월의 부활이었고, 그 힘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민주주의 가치만큼 소중한, 한 사람의 삶을 치유하는 데 무심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겠다. 광주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었던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임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함께 돌보고 서로 나누며 광주의 정신을 이뤘다. 그 정신이 더 많은 민주주의로 확장되어야 한다”며 “한 사람이 온전히 누려야 할 삶의 권리, 인권과 평화, 존엄성이 일상적 가치가 될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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