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을 위한 촬영장비들도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압수된 불법 촬영장비들. 벽시계의 숫자 사이, 지갑의 지퍼 아래, 손전등의 램프 옆과 녹음기의 클립 등에 카메라 렌즈가 교묘하게 숨겨져 있어 불법촬영 사실을 알아채기 쉽지 않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철성 경찰청장이 21일 불법촬영(몰카) 등 성범죄 사건을 “동일범죄 동일처벌 원칙으로 더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며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처벌은 법 개정 등을 통해 개선해가겠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이날 청와대 사회연결망서비스(SNS) 방송인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나와 ‘몰카범죄 처벌 강화’와 ‘성별에 관계없는 국가 보호 요청’, ‘피팅모델 불법 누드 촬영’ 등 3개 청원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한다’는 청원은 지난 11일 등록된 이후 열흘 만에 40만명이 동의했고, 지난 19일 서울 혜화역에서 열린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집회에는 1만2천여명의 여성이 모여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 청장은 답변에서 “이번 청원은 국민들의 호된 꾸짖음이다. 상처받은 여성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가해자가) 의사든 판사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동일범죄엔 동일처벌을 원칙으로 더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촬영범의 검거율은 96%로 높지만 지난 5년 동안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5.32%에 불과하고 대부분 벌금형을 받았다”며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 개정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몰카 범죄, 데이트 폭력 등은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인데 수사당국의 수사 관행이 조금 느슨하고 단속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았다”며 “좀더 중대한 위법으로 다루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하철과 도서관, 공중화장실 등은 일상 불법촬영이 흔히 일어나는 장소다. 해당 장소에 마네킹을 세워 불법 촬영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재현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 청장은 “지난 17일부터 ‘여성악성범죄 집중단속 100일 계획’을 시작했고, 3월엔 전국 지방청에 사이버 성폭력 수사팀을 신설했다”며 “이달 말까지 골목길과 공중화장실 5만2천곳에 시시티브이(CCTV)와 보안등 설치 여부, 비상벨 작동 상태 등도 점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촬영 우범지역을 뽑아 순찰을 강화하고, 올해 불법 카메라 탐지 장비도 120대 추가 보급하겠다”고 했다. 이 청장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일선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성 인지 교육을 강화하고, 조사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공동 답변자로 나온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도 “이른바 보복성 영상물을 유포하면 벌금형을 아예 불가능하게 하고 5년 이하의 징역형만으로 처벌하게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 스스로 촬영한 영상물이라도 동의 없이 유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등 처벌이 강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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