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다음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한반도 정세와 비핵화 로드맵 등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정오께(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네번째인 이번 정상회담에서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로 난기류에 빠진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속 깊은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단독회담 머리발언에서 한반도의 미래가 걸린 북-미 회담의 성공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열리면 좋을 것이며 이번에 열리지 않으면 다음에 열릴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러나 두 정상은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이 끝난 뒤 “6월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최근 북한이 보인 한·미 양국에 대한 태도에 대해 평가하고, 북한이 처음으로 완전 비핵화를 천명한 뒤 가질 수 있는 체제 불안감의 해소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며 북-미 간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와 체제 안정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난한 맥스선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종료일인 25일 이후부터 남북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대화 재개가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며 “양국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했던 종전선언을 북-미 정상회담 이후 3국이 함께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 “힘을 통한 평화라는 대통령님의 강력한 비전과 리더십 덕분에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었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세계평화라는 꿈에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한 뒤 “한국과 한반도의 운명과 미래에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저도 최선을 다해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돕고 또 트럼프 대통령과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이라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22일 낮(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해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와이티엔> 화면 갈무리
두 정상은,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결이 다른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북-미 회담이 열리면 좋다. 이번에 열리지 않으면 다음번에 열릴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후 처음으로 회담 연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미국 안에서 일고 있는 북-미 회담 회의론과 관련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이 과연 실현될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미국 내에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과거에 실패해 왔었다고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미리 비관한다면 역사의 발전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연기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에도 “저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제대로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저의 역할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재를 하는 입장이라기보다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 또 그것이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과 함께 긴밀하게 공조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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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각)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 앞서 방명록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평화와 번영을 향한 한미동맹, 세계사에 위대한 발자취를 남기길!”이라고 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