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과 가족들이 억울함과 서러움에 눈물 흘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호국 유공자와 순직 소방공무원, 민주 유공자, 세월호 관련 유족 등 250여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보훈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강한 국가를 만드는 주춧돌”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희생 하나하나를 귀하게 예우하고 존경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예산 부족이나 법령 미비라는 핑계를 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이 대대손손 자부심으로 이어질 수 있게 보훈정책을 더욱 꼼꼼히 살피겠다”며 “애국과 보훈에 있어서는 보수, 진보, 남녀, 노소 구별없이 국민 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오찬에는 6·25 당시 공군 최초 전투기인 F-51을 인수하는데 이바지한 김신 공군 참모총장의 딸 김미씨, 서울탈환작전 당시 해병제2대대 소대장으로 1950년 9월 28일 서울을 수복해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했던 박정모 대령의 아들 박석용씨를 비롯해 제2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천안함 희생자의 유가족이 참석했다.
아울러 4·19 혁명 희생자 김주열 열사의 동생 김길열씨,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처음으로 숨진 김경철씨의 어머니 임금단씨도 참석했다. 또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에게 구명복을 챙겨 주며 탈출 시키고 본인은 숨진 단원고 교사 고창석씨와 전수영씨의 유가족, 군 의문사 사건에 휘말렸다가 지난해 순직 인정을 받은 김훈 중위와 허원근 일병의 유가족, 소방관 임용 예정자로 현장 실습에 나섰다가 순직한 문새미 교육생의 아버지,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으로 5·18 민주화 운동을 취재한 독일 위르겐 힌츠펜터 기자를 광주에 태우고 간 김사복씨의 아들 등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아버지도 4·19 민주혁명회 회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이기도 한 김미씨는 “‘아버지의 꿈은 첫째도 둘째도 독립이었다. 나의 꿈은 우리나라 군인이 되어 조국의 하늘을 나는 것이었다. 이제 간절한 꿈이 또하나 생겼다. 평화통일, 그날이 오면 하나된 조국의 하늘을 날고 싶다’는 아버지의 비문을 소개하며 “대통령께서 온 국민의 염원을 담아 추진하고 계신 평화와 통일을 위한 한 걸음 한 걸음이 순조롭게 추진돼 아버지의 소원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통일은 멀지 몰라도 다시는 전쟁 걱정하지 않게 확고한 평화 구축을 하고 싶다”며 “서로 교류하고 오가다 보면 백범 김구 선생과 김신 장군의 그 간절한 꿈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참전 용사와 애국지사는 물론 공동체에 헌신한 이들을 초청함으로써 보훈의 개념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현충일 기념사에서도 독립 지사와 참전 용사들과 함께 독일에 파견됐던 광부와 간호사, 청계천 여공들을 일컬으며 “조국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독립과 호국의 전장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들의 헌신과 희생이 조국 경제에 디딤돌을 놓았다”고 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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