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31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씨(앞줄 왼쪽 셋째부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지선 스님 등이 ‘광야에서’를 제창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땅콩회항 피해자 박창진 대한항공 전 사무장,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 등이 참석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박종철 열사가 고문으로 희생된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에 민주인권기념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시청에 열린 ‘제31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신 읽은 기념사를 통해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는 고문과 불법감금, 장기구금과 의문사 등 국가폭력에 희생당한 많은 분들의 절규와 눈물이 담겨 있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남영동 대공분실”이라며 “민주주의자 김근태 의장이 고문당하고, 박종철 열사가 희생된 이곳에 ‘민주인권기념관’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열사는 1987년 1월4일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당해 숨졌고, 그의 죽음은 그해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역사적 시간과 공간을 되살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시민사회의 오랜 노력으로 사회적 여론이 조성됐고, 정부가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4월 남영동 대공분실 터에 ‘민주인권기념관(가칭)’을 설립하자는 제안서를 행정안전부에 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비롯해 공공기관, 인권단체들, 고문피해자와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이 공간을 함께 만들고 키워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기념사에서 “평화는 민주주의와 한 몸”이라며 성큼 다가온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진전은 평화의 길을 넓히고 평화의 정착은 민주주의 토대를 더욱 굳건히 만들 것”이라며 “이제 6·10 민주항쟁에서 시작해 촛불혁명으로 이어져온 국민주권시대는 평화의 한반도에서 다양한 얼굴의 민주주의로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누리는 경제 민주주의 △성별이나 장애로 차별이 없는 성평등 △모든 생명체와 공존하는 생태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민주주의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얼굴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자신의 자리에서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할 때 6월 민주항쟁도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선 ‘더 좋은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국민 대표 7명이 참석해, 정치, 경제, 노동, 여성, 평화, 안전, 과거사 등 각 분야의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땅콩 회항’의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전 사무장은 경제 분야에서 “더 좋은 민주주의는 모든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 평등한 인간관계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투 운동’의 촉발자로 여성 분야 발언자로 나선 서지현 검사는 “민주주의는 성평등 없이 완성되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 그리고 성소수자가 진정으로 평등한 민주주의가 진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성연철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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