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월8일~11일 인도 국빈방문을 앞둔 가운데, 4일 김정숙 여사가 인도 유학생들과 함께 서울 신사동의 한 예술영화관에서 ‘발리우드’ 영화 <당갈>을 관람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8일부터 5박6일 동안의 인도, 싱가포르 순방에서 신남방 정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아울러 싱가포르에서는 베를린 선언 1주년을 즈음해 한반도와 아세안의 공동 평화 번영을 강조하는 ‘싱가포르 렉처’를 진행할 예정이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과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5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8일부터 13일까지 인도와 싱가포르를 국빈방문한다”며 “이번 순방은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신남방정책을 본격 추진하고 이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남방정책은 문 대통령이 2017년 11월 처음 밝힌 정책으로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높여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정책이다. 인도는 문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으로 방문하는 서남아시아 국가이고, 싱가포르는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5년만에 처음 방문이다.
문 대통령은 인도 방문에서 정보통신(IT), 의학, 우주공학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도는 신남방 정책의 종착점이자 정보통신, 의학, 우주 공학 분야에서 세계 5대 과학 기술 강국”이라며 “이번 방문은 우리의 제조 응용 기술과 인도의 기초과학 원천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 방문에서 기존 신남방정책의 중점 분야인 사람(People), 평화(Peace), 상생번영(Prosperity)라는 3피(P)에 미래와 시너지라는 ‘3피+알파’ 전략으로 임하려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양국 주요 재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 외에 별도로 인도의 400여 핵심 경제계 대표가 참석하는 최고경영자(CEO) 라운드 테이블도 마련해 양국의 경제협력에 역점을 뒀다. 문 대통령은 최근 30명째 해고노동자가 희생된 쌍용차 문제와 관련해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 회장과도 최고경영자 라운드 테이블에서 만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마힌드라 그룹 회장과 라운드 테이블에서 조우하는 장면은 있지만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별도의 미팅은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9일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 10일엔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특히 9일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조우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경제사절단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며 “그러나 개별 기업의 공장 준공식이라 이 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부회장과의 별도 만남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 방문에서는 싱가포르의 지도층을 대상으로 한 ‘싱가포르 렉처’를 진행한다. 싱가포르는 지난달 북-미 회담이 열렸던 곳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신남방 정책을 거듭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형화 번영과 아시아의 평화 번영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설명하고 함께 하자는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제의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남북 대화 재개, 상호 적대 행위 중단 등을 제안하는 이른바 베를린 선언을 한 바 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리셴룽 총리와 함께 보타닉 가든을 방문해 난초 명명식을 하고 친교 오찬을 진행한다. 난초 명명식은 싱가포르가 자국을 방문한 주요 외국 정상을 위해 특별한 종류의 난초를 배야하고 그 정상의 이름을 붙이는 행사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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