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국립식물원 내 난초정원에서 열린 ‘난초 명명식’에서 ‘문재인-김정숙 난’ 증명서를 받은 뒤 난에 이름표를 꽂고 있다. 난초 명 명식은 싱가포르 정부가 새롭게 배양한 난초에 귀빈 이름을 붙여주는 행사로, 한국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이번 이 처음이다. 싱가포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한달을 맞은 12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고 북한의 안전보장을 위해 국제사회가 노력을 모아 간다면 북-미 협상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 국빈방문 이틀째인 이날 리셴룽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할리마 야콥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북-미 간 협상은 이제 정상적인 궤도에 돌입했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미국 안에서 ‘협상 무용론’ ‘대북 제재론’ 등이 다시 고개를 들자, 이를 불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미 양쪽에 인내심을 갖고 협상에 임해달라는 요구도 담긴 것 같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 간 합의는 잘 이뤄졌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 마련을 위해 실무협상은 순탄치 않은 부분도 있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였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6~7일 고위급 회담을 위해 방북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돌아왔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 쪽의 태도와 입장은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라고 강한 실망감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평가가 엇갈리지만 저는 양쪽이 정상적인 과정에 진입했으며, 구체적 실무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본다”며 “지금까지 북한이 말해온 비핵화와 미국·한국이 이야기해온 비핵화의 개념이 같은 것이냐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비핵화의 개념에 차이가 없음이 확인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반발에 관해서는 ‘협상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을 비난했지만, 그 내용을 보면 자신들은 성의를 다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고 있는데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불평이며, 이는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전략이라고 본다”고 했다. 북한 외무성은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심을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며 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문 대통령은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상응 조치가 과거와 같은 제재 완화나 경제적 보상이 아니라 적대관계 종식과 신뢰구축이라는 것이며 이는 북한의 과거 협상 태도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을 향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에 좀더 진전된 자세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대통령궁에서 리셴룽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어 인공지능과 첨단제조,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와 교통·인프라 산업에서 협력을 강화해가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꼭 한달 전 오늘,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됐다”며 “한반도 평화의 새 시대를 여는 데 리 총리와 싱가포르 국민이 큰 힘을 보태줬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한-싱가포르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지난) 북-미 정상회담은 싱가포르가 함께 이룬 위대한 성과로 싱가포르 국민들은 ‘평화 버거’ ‘김정은-트럼프 라테’ 같은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 기념해주셨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가 이뤄진다면 우리의 경제협력은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적극적인 투자를 권유했다.
싱가포르/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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