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13일 오전(현지시간) 오차드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싱가포르 렉처'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기반으로 남북이 경제 공동체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 약속을 지킨다면 그가 바라는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국빈방문 마지막날인 이날 문 대통령은 오차드 호텔에서 한 ‘싱가포르 렉처’에서 “한국에는 싱가포르에는 없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또하나의 기회가 있다. 바로 남북 경제협력이다”라며 “한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 제도를 그리게 될 것이고, 남북은 경제 공동체를 향해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새로운 경제지도는 물류·교통 중심의 환서해벨트, 에너지·자원 중심의 환동해벨트, 생태·관광을 축으로 한 접경지역 경제벨트 등 한반도를 에이치(H)자 모양으로 연결해 남북 경협을 꾀하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북 제재 해제 이후’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이행을 통해 대북 제제가 해제되면 한 때 활발했던 북한과 아세안간의 경제협력이 다시 활성화 될 것”이라며 “북한과 아세안 모두의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김 위원장은 이념 대결에서 벗어나 북한을 정상국가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매우 높았다”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약속을 지킨다면 자신의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코 순탄치 않은 길이지만 정상간 합의를 진정성 있게 이행해나간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 이행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한국과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한다면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이후에 관한 청사진 제시를 통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독려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싱가포르에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안아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한국과 아세안 간에 이미 구축돼 있는 다양한 협력과 교류 증진의 틀 내로 북한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진정성있게 실천해 나갈 경우 아세안이 운영 중인 여러 회의체에 북한을 참여시키고 양자 교류 협력을 강화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이 꾸린 지역안보포럼(ARF)이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안보협의체로서 북한과 국제사회를 잇는 소통창구 구실을 했음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한반도가 평화를 이루면 싱가포르, 아세안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는 지역이 될 것”이라며 한반도의 평화와 아세안의 번영이 동떨어진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이같은 언급은 두차례의 남북, 북-중 정상회담과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역사적인 첫 북-미 회담을 통해 대화의 장에 나서고, 국제사회 일원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북한을 다시 고립과 단절의 길로 뒷걸음질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단단히 마련해 두겠다는 의지가 실린 것으로 파악된다.
문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 동맹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 간다는 인식을 함께 해왔다”며 “한-미 양국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특사단 왕래,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이르는 ‘역사적 대전환’의 모든 과정을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렉처는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가 1980년 만든 세계적인 권위의 강연 프로그램으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강연자로 나섰다. 한국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11월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를 주제로 그해 6월 개최한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한 바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12일 밤에는 한달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들렀던 마리나 베이 샌즈 전망대를 둘러봤다.
그는 이날 싱가포르 동포간담회를 끝으로 5박6일동안의 인도, 싱가포르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다. 싱가포르/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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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13일 오전(현지시간) 오차드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싱가포르 렉처‘‘에서 ‘‘한국과 아세안 :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상생의 파트너‘‘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싱가포르 렉처‘‘는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가 싱가포르 외교부의 후원을 받아 자국을 방문하는 주요 정상급 인사를 초청해 연설을 듣는 세계적 권위의 행사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