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8일 중국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북경 조어대에서 양제츠 국무위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미·중·일·러 등 4개국에 특사를 보내며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협상의 불씨를 다시 지피는 중재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북 특사단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첫 임기 안에 한반도 비핵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만큼 이를 토대로 주변국 협조를 구하며 대화 분위기 만들기에 들어간 것이다.
수석 대북 특사였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 당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정 실장은 귀국 뒤 “양제츠 중앙정치국원과 최근 한반도 정세와 한-중 간의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며 “중국은 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높이 평가하고 곧 (평양에서) 있게 될 남북 정상회담과 (9월 말) 유엔 총회 계기에 열리게 될 한-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문제의 획기적 해결을 위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 실장과 양 정치국원의 면담이 중국 국빈관인 베이징 조어대(댜오위타이)에서 오전 11시30분부터 오찬을 겸해 4시간 동안 이어졌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추진 계획도 언급했다. 그는 “올 하반기 있게 될 다자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양자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했고, 시 주석의 공식 방한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실장은 청와대가 연내 추진을 목표로 하는 종전선언에 대한 중국 쪽과의 협의 여부를 묻는 데엔 답하지 않았다. 정 실장은 10일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지난 6일에 이어 다시 통화한다. 청와대 쪽은 “10일 통화에선 특사단 방북 결과에 대한 미국 쪽의 정리된 입장이나 반응을 전달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정 실장은 7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와도 통화하고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정 실장과 같이 특사단으로 북한을 다녀온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9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으로 향했다. 서 원장은 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1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북-미 대화 재개의 협조를 구한다.
청와대가 1차 대북 특사단 방북 때처럼 주변국에 특사를 보낸 것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와 종전 협상이 재개되도록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협상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특사단을 보내 주변국의 협조를 구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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