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위로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은 18~20일 2박3일 동안의 방북 기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일 만나게 된다. 과거 없었던 친교 일정도 여럿 예정돼 있다. 과거 2000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방북 둘째 날 한차례 회담, 마지막날 환송 오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수 있던 것에 견주면 ‘파격적인’ 일정이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후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2박3일 동안 최소 2차례 정상회담을 비롯해 환영식과 만찬, 친교행사 등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 도착 첫날 바로 정상회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 대통령의 방북 일정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헬기로 성남 서울공항으로 이동해, 8시40분 공군 1호기를 타고 평양으로 향한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처럼 출발 전에 시민들과 만날 기회는 없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을 태운 공군 1호기는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오전 10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한다. 18년 전 김대중 대통령도 같은 하늘길을 이용해 67분 만에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트랩을 내려오면 공식 환영행사가 열린다. 김정은 위원장은 공항에서 직접 문 대통령 부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4월 정상회담 때 “비행기로 오시면 공항에서 영접식을 하고 그렇게 잘될 것 같다”고 했다. 남북 두 정상은 북한 육해공군 의장대를 사열하게 된다. 2000년과 2007년처럼 평양 시민들의 환영 행사도 열릴 수 있다.
환영식이 끝나면 문 대통령은 일단 숙소로 이동한다. 숙소는 백화원영빈관이 될 것 같다. 공식 수행원 숙소이자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평양 정상회담 때 묵었던 곳이다. 오후엔 바로 김 위원장과의 회담이 열린다. 장소는 노동당 본부 청사 또는 백화원영빈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북 첫날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임 실장은 “2000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는 모두 첫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회담한 뒤 둘째 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했다”고 설명했다. 회담 뒤엔 북쪽의 환영 예술 공연을 관람한 뒤 북쪽이 주최하는 환영 만찬에 참석한다.
■ 문 대통령, 평양시민과 만날까 방북 둘째 날 문 대통령은 오전 10시께 다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연다.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정상회담 합의문이 오후께 발표될 수도 있다. 임 실장은 “회담이 원만하게 진행된다면 아마 오전 회담 뒤 합의 내용을 발표하는 공동 기자회견이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한다”고 말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는 방북 마지막날인 10월4일 합의문이 발표됐다. 문 대통령은 우리 쪽 수행원들과 함께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 등으로 점심을 먹을 예정이다. 정상회담을 마친 문 대통령은 특별 수행원들과 함께 평양 시내 주요 시설을 참관한다. 문 대통령은 평양에서의 마지막 밤이 될 이날 저녁에는 김 위원장 등 북쪽 지도자들을 초청해 답례 만찬을 주최한다. 식당은 평양 시내 서민 식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 실장은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 현지 주민들이 자주 가는 식당을 늘 가시곤 해서 북쪽에 평양 시민들이 자주 가는 식당에서 만찬을 하게 되길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서민 식당에서 만찬을 하게 되면 평양시민과 자연스레 만나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지난해 중국과 올해 베트남 방문 때 문 대통령은 각각 베이징과 하노이 시내 서민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방북 마지막날인 20일 예정된 일정은 단출하다. 임 실장은 “전날 환송 만찬을 했기 때문에 따로 오찬은 예정되어 있지 않다”며 “공항 환송행사를 마치고 오전에 서울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때에도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배웅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임 실장은 “경우에 따라 양 정상 간 친교 일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귀경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고 암시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화보]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