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와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정말로 아주 가슴 벅찼습니다. 아주 가슴이 뭉클합니다. 최고의 영접을 받았습니다.”(문재인 대통령)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께서 우리 판문점(통일각)에 오셨을 때 제대로 된 영접을 해드리지 못해서 기다렸는데 우리 수준이 낮을 순 있어도 최대 성의를 다한 일정이니 마음으로 받아주셨으면 싶습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18일 남북정상회담을 하려 평양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백화원 영빈관까지 찾아와 직접 숙소를 안내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배려에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을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예우를 갖추어 맞이했다.
극진함과 파격은 문 대통령이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펼쳐졌다.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는 이날 오전 10시7분 공항 활주로에 나와 문 대통령 부부를 기다렸다. 2분 뒤, 공군 1호기의 문이 열렸고, 문 대통령 부부가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발견한 뒤 활짝 웃는 얼굴로 계단을 내려와 곧바로 그를 끌어안았다. 5월26일 깜짝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뒤 115일 만의 포옹이었다. 2000년과 2007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에서 만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포옹이 아닌 악수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리 여사도 어색함 없는 편안한 얼굴로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발견하곤 환하게 웃음짓고 안부를 물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 위원장 부부가 공항 영접을 나온 것은 처음으로 외국 정상회담 사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환대”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인사를 나눈 뒤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북한의 명예위병대 지휘관인 김명호 육군 대좌(대령)는 “대통령 각하, 조선인민군 명예위병대는 각하를 영접하기 위하여 정렬하였습니다”라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붉은 카펫 위를 걸으며, 미리 도열해 있던 인민군 명예위병대의 ‘받들어총’ 경례를 받았다. 사열을 마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안내를 받아 사열단에 오른 뒤 인민군 명예위병대가 행진하며 경례하는 분열식을 지켜봤다. 인민군은 이날 의장 행사가 이뤄지는 동안 예포 21발을 발사했다. 북한군의 우리 정상에 대한 의장 행사에서 “각하”라는 호칭도, 예포 발사도 모두 처음이다. 군 당국자는 이날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2007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도 북한군으로부터 국가원수에 걸맞은 의장 행사가 있었지만 그때는 예포가 없었고, 의장대 지휘자가 우리 대통령에게 ‘각하’라고 따로 경칭을 붙이지도 않았다”며 “그만큼 더 예우를 갖춰 문 대통령을 맞는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최고의 예우는 남북 정상의 평양 시내 카퍼레이드였다. 환영 행사 뒤인 오전 10시19분 각자 차를 타고 공항을 떠난 두 정상은 평양 도심이 시작되는 연못관에서 내려 함께 검은색 벤츠 S600 무개차에 올라 카퍼레이드를 시작했다. 예고되지 않은 행사였다. 남북 정상이 카퍼레이드를 한 것은 처음이다.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카퍼레이드를 벌였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아닌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동승했다. 2000년엔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자기 차에 동승해 숙소로 향했다. 두 정상이 순안공항-평양도로-3대혁명전시관-영생탑-여명거리-금수산태양궁전-백화원영빈관 등의 코스로 이동하는 동안 평양 도로변은 10만여명의 시민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형형색색의 한복과 양복 차림의 무수한 평양시민은 붉은 꽃술과 한반도기를 흔들며 일제히 “조국” “통일”을 연호했다. 문 대통령은 내내 손을 흔들며 답례했고, 김 위원장은 흐뭇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곤 했다. 카퍼레이드를 마친 두 사람은 여명거리가 끝날 무렵 환영 인파가 없는 곳에서는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했다. 사실상의 ‘간이 정상회담’을 연 셈이다. 두 정상은 공항을 출발한 지 58분 만인 11시17분께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45분부터 2시간여 동안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본부 청사는 남쪽 정상에겐 처음 공개한 장소다.
평양·서울 공동취재단, 성연철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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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