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18일 오후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김정효 기자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는 18일 저녁 남북 정상의 첫 회담이 끝난 뒤 평양 대동강변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차범근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현정화 탁구대표팀 감독 등도 함께했다. 평양대극장은 900석 좌석이 평양시민들로 꽉 찬 모습이었다.
저녁 6시15분께 김 위원장 부부가 극장 앞에 도착해 문 대통령 부부를 기다렸다. 극장에 먼저 가 있던 우리 쪽 외교부·통일부·문화체육관광부·국방부 장관이 건물 밖으로 나와 김 위원장과 악수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공식수행단을 향해 “시간이 좀 늦어지고 있지만 뭐 더 오래오래 보면 되는 거지요. 특별히 나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6시25분께 문 대통령 부부가 도착했고,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은 단원 2명과 함께 문 대통령 부부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오후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환영 예술공연에 참석해 관람객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18.9.18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오후 6시30분께 ‘반갑습니다’ 노래를 시작으로 공연의 막이 올랐고, 평양시민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흥을 돋웠다. ‘반갑습니다’ 노래 도중 한 가수가 “아름다운 평양을 찾아온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열렬히 환영합니다” “남녘 동포들에게도 뜨거운 인사를 보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가야금 연주와 삼지연 관현악단의 협연이 이어졌고, 무대 뒤편에는 평창겨울올림픽의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남북응원단의 응원 장면, 태권도 시범 장면 등이 비쳤다. 삼지연 관현악단은 남쪽 공연에서도 불러 큰 호응을 자아냈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불러 분위기를 돋웠다. 또 ‘홀로아리랑’ ‘흑산도 아가씨’ ‘소양강 처녀’ ‘찻집의 고독’ ‘그대 없이는 못살아’ ‘다 함께 차차차’ 등을 메들리로 이어갔다. 공연 마지막 즈음엔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이 울려퍼지며 배경 스크린에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 금강산 그림 앞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나타났고, 평양시민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공연은 노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두 정상 부부는 2층 귀빈석에서 일어나 무대와 관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청중들은 “만세”를 연호하며 함성을 질렀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후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삼지연 관현악단의 환영공연을 관람한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와 무대에 올라 평양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8.9.18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차범근 전 감독은 공연 뒤 취재진에 “가슴이 찡했다. 스크린에 평창 동계올림픽 단일팀 경기 영상이 나온 걸 가사로 해서 같이 걸어가자는 뜻으로 나오니까 눈물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현정화 탁구대표팀 감독도 취재진에 “단일팀 관련 영상이 많이 나와 뭉클했다”고 했다. 현 감독은 199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을 구성했던 북한 리분희 선수와의 재회 가능성에 대해 “만난다면 잘 지냈냐고 말하고, 그것보단 한번 끌어안는 게 더 좋겠다. 저는 기대를 1도 안 하고 왔다. 만난다면 진짜 감동일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 부부와 남쪽 수행원은 공연이 끝난 뒤 북쪽이 마련한 공식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이 열린 ‘목란관’은 북쪽이 국빈급 인사들을 맞아 연회를 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곳은 1년 전 북한의 6차 핵실험 자축 연회가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핵실험 성공을 축하하며 술잔을 기울였던 곳에서 1년 만에 비핵화 의제를 처음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린 남북 정상회담의 만찬이 열린 셈이다. 평양·서울 공동취재단, 김보협 남지은 기자 bhkim@hani.co.kr[화보]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