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에 입장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 5월 판문점 깜짝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살려냈던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북-미 대화의 불씨를 지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쪽은 일제히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반기며 동시다발적인 북-미 대화 재개를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협상의 촉진자이자 ‘수석 협상가’로서의 녹록잖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이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그들은 만났고 우리는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북한, 한국에서 아주 좋은 소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9월 평양공동선언 5조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야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뤄나가야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북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핵 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는 합의를 담았다. 문 대통령은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약속을 이끌어 냈다.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첫 육성 다짐이었다.
북-미 대화의 실무 사령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참관 아래 영변 모든 시설을 영구히 해체하는 것을 포함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며 “오늘 아침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다음주 뉴욕(유엔총회)에서 만나자고 초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쪽 상대자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능한 빨리 비핵화 실무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말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무산 뒤 꽉 막혀있던 북-미 대화가 문 대통령의 평양 방북으로 뚫린 셈이다. 문 대통령은 18일 방북길에 오르기 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이번 방북으로 북-미 대화가 재개되기만 한다면 그 자체가 큰 의미”라고 말한 바 있다. 방북 전날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비핵화라는 무거운 의제가 정상회담을 누르고 있다. (비핵화 의제로 인해) 이번 정상회담은 매우 조심스럽고, 어렵고, 어떤 낙관적 전망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만큼 비핵화와 북-미 대화 중재가 난제였던 셈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20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프레스센터에서 한 브리핑에서 미국 쪽의 환영 반응을 언급하며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에도 김 위원장과의 깜짝 정상회담을 통해 좌초할 뻔 했던 북-미 정상회담을 건져올렸다. 문 대통령은 5월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북-미 대화 취소를 통보하자 이틀 뒤인 26일 판문점 북쪽 지역 통일각에서 김 위원장과 두번째 정상회담을 하고 북-미 대화를 되살렸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전쟁과 대립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이를 즉시 미국 쪽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그것(6·12 북-미 정상회담 개최)은 바뀌지 않았다”며 “아주 훌륭하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쪽은 이후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북한과 투 트랙 실무 협상을 진행했다.
20일 귀환하는 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뉴욕 유엔총회 참석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평양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비핵화와 종전선언에 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화보]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