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 백두산 천지에 오르다
김 위원장 “새 역사의 모습 천지에 담가 새 역사 써 가자”
문 대통령 “첫 걸음 시작됐으니 더 많은 사람들 오게 될 것”
장군봉 아래 천지로 내려가 직접 물에 손 담그기도
리설주 여사 “두분이 오셔서 천지에 또다른 전설이 생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서서 대화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나가야 겠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고,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올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습니다.”(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북쪽 길을 통해 해발 2750m의 백두산 정상 장군봉에 함께 올랐다. 파란 하늘 아래 두 사람은 활짝 웃는 얼굴로 맞잡은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남북 정상 부부는 백두산 천지까지 내려가 물에 손을 담그기도 했다.
남북 정상은 이날 오전 9시33분 백두산 천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장군봉에 함께 도착했다. 구름 한점 없는 쪽빛하늘 아래 천지는 남북 정상에게 한치 가림도 없이 온전한 자태를 드러내 보였다.
김 위원장은 “중국 사람들이 부러워 한다”며 “중국 쪽에서는 천지를 못 내려간다. 우리는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중국과의) 국경이 어디냐”며 물었고 김 위원장은 손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리설주 여사가 “7~8월이 제일 좋다. 만병초가 만발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 만병초가 우리집 마당에도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꽃 보다는 해돋이가 장관이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라산에도 백록담이 있는데 천지처럼 물이 밑에서 솟지 않고 그냥 내린비로만 돼 있어서 좀 가물때는 마른다”고 했다.
리설주 여사는 김 위원장이 천지의 수심을 묻자 “325m다. 백두산엔 전설이 많다.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하늘의 99명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 두 분께서 오셔셔 또다른 전설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 한창 백두산 붐이 있어서 우리 사람들이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많이 갔다. 지금도 많이 가고 있지만, 그때 나는 중국으로 가지 않겠다고 반드시 우리 땅으로 오르겠다, 그렇게 다짐했다”며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졌다. 그래서 영 못 오르나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고 감회를 말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장군봉 아래 천지로 내려가보자고 권했다. 문 대통령은 웃으며 “천지가 나무라지만 않는다면 손이라도 담가보고 싶다”며 응했다. 내려가는 길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환대에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어제,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서울로 오신다면 답해야겠다”고 했다. 옆에 있던 송영무 국방장관은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를 만들겠다”고 거들었고,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도 “서울 답방을 오시면 한라산으로 모셔야겠다”고 했다. 김정숙 여사는 “한라산의 물을 갖고 왔다”며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받아가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천지에 다다르자 물가에 앉아 손을 담그기도 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