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설주 여사와 ‘손가락 하트’ 촬영
청 “백두산 방문 사전계획 아니라
급하게 방한용 점퍼 250벌 공수”
“이게, 나는 모양이 안 나옵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손가락 하트 모양을 만들려다 멋쩍은 한마디를 던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 내외 및 남북의 수행원들과 백두산 정상 장군봉에 오른 뒤 천지에 다다랐다.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 여사와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남쪽 특별수행단의 요청을 받고 손가락 하트 모양을 취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손가락 하트 모양을 하고 리설주 여사가 옆에서 손으로 떠받드는 모양을 했다”며 “이를 본 특별수행단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 장면을 남북 사람들이 보면 놀라워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평양남북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백두산 장군봉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 대변인은 “사진을 찍고 김 위원장이 ‘이거 어떻게 하는 겁니까’라고 물어 제가 알려줬더니 김 위원장이 ‘이게 나는 모양이 안 나옵니다’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백두산 장군봉에서 천지로 내려가는 케이블카에 함께 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최근 천지에서 대형 제사상이 발견됐는데 옛날 왕들이 국태민안을 빌 때 사용했던 것이었다. 예전부터 천지에 올라 제사를 지냈던 증거물”이라며 “오늘 두 정상이 같이 올라오신 것은 백두산 신령께 조국의 미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즉석에서 북한의 유명 시인 조기천의 장편 서사시 ‘백두산’을 쭉 읊었다고 한다.
김 대변인은 ‘백두산 방문이 사전 계획된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의 국외 방문 때는) 언제 어느 때를 대비해서라도 충분히 옷을 가져간다. 수행원들의 방한 점퍼 역시 백두산 방문이 결정되고 나서 급하게 (남쪽에서) 250벌을 공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화보] 평양 남북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