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제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군의날 70돌을 맞아 강조한 것은 평화였다. 문 대통령은 “군이 한반도 평화의 맨 앞자리에서 서야 할 때”라며 평화시대 군의 사명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꺾이는 해’에 의례적으로 열렸던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없이, 처음으로 저녁 시간에 열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70주년 기념 연설에서 “오늘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을 끝내고 평화의 시대를 이야기할 수 있어 아주 가슴이 벅차다”며 “이제 우리 군이 한반도 평화의 맨 앞자리에서 서야 할 때다. 힘을 통한 평화는 군의 사명이며 평화시대의 진정한 주인공은 강한 군대다”라고 말했다. 그는 군이 “강력한 국방개혁을 통해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고 있다”며 “믿음직한 군대로 반드시 평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지금 평화의 시대로 가고 있다. 명예로운 군인의 길이 한반도의 새 역사를 쓸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에 방점을 둔 문 대통령의 기념사는 올해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마련된 대화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평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 미사일 실험이 빈번하던 지난해 평택 2함대에서 한 국군의날 기념사에서는 ‘무모한 도발엔 강력하고 철저한 응징’ ‘이기는 군대’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올해 국군의날 행사에는 통상 5, 10년 주기에 열리곤 했던 대규모 시가행진이나 신무기 공개 등도 없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의 한반도 대화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국군의날 행사는 처음으로 저녁에 열렸고 주요 지상파 방송에서 생중계됐다. 청와대 쪽은 “평일 오전에 기념식을 하면 다수 국민이 보기 어려워 고민 끝에 프라임 타임대에 행사를 하기로 했다”며 “국민들이 기념식을 보며 우리 군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축제의 장으로 국군의날 행사를 치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엔 성남 서울공항에 나가 6·25전쟁 국군 전사자 64위 유해 봉환식에 참석했다. 이번에 봉환한 국군 전사자 유해는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북한 함경남도 장진, 평안남도 개천 지역 등에서 북·미가 공동으로 발굴한 유해 가운데 감식 결과 국군 전사자로 판명된 것으로 68년 만에 고국 땅에 돌아왔다. 문 대통령은 태극기에 싸인 전사자 유해를 향해 거수경례한 뒤 64개 유해함을 모두 돌며 6·25 참전기장을 올리고 묵념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현역 군인과 유엔군 참전용사, 보훈단체, 유족 대표를 초청해 경축 오찬을 했다. 청와대에서 국군의날 오찬행사가 열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현역과 예비역 장병들에게 제대로 된 따뜻한 한끼의 정찬을 대접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초대형 초코파이와 군대에서 만들어 먹는 이른바 ‘군대리아’ 햄버거 모양의 대형 케이크가 등장하기도 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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