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 영국의 공영방송 <비비시>(BBC)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어떤 말을 해 달라거나 어떤 말은 하지 말아 달라거나 아무런 요구가 없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영국 <비비시>(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19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15만명의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한 연설 때의 소감을 털어놨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에 대해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았다. 사전에 연설 내용을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연설 시간도 전혀 제약하지 않았다”며 “전적으로 저의 분별에 맡겨주었는데, 그것은 북한이 그만큼 달라졌다는 것과 함께 김 위원장이 제게 대단한 신뢰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때 “굉장히 긴장했다”고 했다. 그는 “아주 감격적인 순간이었고 ‘우리 민족이 역시 하나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굉장히 긴장되는 순간이었다”며 “왜냐하면 그 자리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북한 주민들의 호응을 받아야 했고 한국 국민, 세계인들에게서도 지지받을 수 있는 연설이어야 했다. 다행히 잘해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이북 출신 피난민의 아들임을 언급하면서 “전쟁의 비극, 이산의 아픔에 대해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이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겠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또 분단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 이것이 최대의 정치적 목표가 되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매우 겸손한 지도자라고 거듭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어떤 인물인가’라는 물음에 “아주 젊지만 이 가난한 나라를 발전시켜야겠다는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 예의 바르고 솔직담백하면서 연장자들을 제대로 대접하는 아주 겸손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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