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가 23일 분과 회의를 열어 다음달까지 근로시간 단축 관련 실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1일 주52시간제가 도입된 이후 정부가 ‘보완책 마련’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문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이 정부 광화문 청사에 모여 경제정책 분과회의를 열어 지난 7월 근로시간 단축 시행 이후 산업 현장에서 제기되는 여러 우려에 대해 논의했다”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장기적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연착륙 방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고 말했다. 김 보좌관은 이어 “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의 장단점과 우려 등이 다양하게 논의됐다”면서 “정부는 산업 현장 실태 조사를 하고 노동자와 경영자 등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조사해 다음달까지 근로시간 단축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참석자는 “근로 시간 단축 관련 단속 처벌 유예 기간이 올해까지이고 국회 입법 과정 등도 고려해야한다”며 “이를 역산하면 11월 중으로는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데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는 다음달 중순까지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기업, 노동자들의 의견수렴 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 7월부터 시행한 ‘주 52시간’ 근무제는 상용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은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고, 50~299인 기업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적용을 받는다. 다만 정부는 연말까지 단속과 처벌을 6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기업들은 줄어드는 노동시간으로 인한 부담을 호소했고, 노동자들은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김광두 자문회의 부의장은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노동자와 경영자 쪽의 애로점을 설명했다. 한 참석자는 “경영자 쪽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업종별로 특별한 작업이나 집중적으로 일을 해야하는 부분에 있어 제약이 된다는 점을 지적했고, 노동자 쪽에서는 임금이 줄거나 현재 최장 3개월까지 허용하는 탄력근무제가 생체 리듬을 깨 노동자의 건강권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자문회의 5개 분과 가운데, 경제정책 분과회의는 주요 경제 현안이나 부처 사이에 걸쳐 있는 주요 현안에 관해 민간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는 회의다. 이날 회의에는 김광두 자문회의 부의장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김현철 경제보좌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했다. 사실상의 청와대-정부 고위급 인사들의 ‘정책 조율 회의’였던 셈이다. 김광두 부의장이 노사 양쪽의 우려사항에 관한 내용을 발제했다고 한다.
김 보좌관은 ‘연착륙’ 방안이 52시간제 완화를 요구해 온 산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기업계 의견도 반영하지만 노동자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탄력근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그것을 도입하면 임금이 줄어드는 문제도 생긴다”며 “정부가 균형 잡힌 의견을 모아서 서로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산업 경쟁력 강화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다. 김 보좌관은 “글로벌 가치 사슬이 변화하고 우리 경제 최대 현안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궁극적으로 산업경쟁력을 강화해 일자리를 늘릴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는 데 참석자 모두 공감했다”며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 연내 대통령 주재로 열릴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주력 전통산업에 대한 정책 부분이 약하지 않으냐는 우려가 회의에서 제기됐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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