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에서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함께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자문기구가 아닌 의결기구로 여기겠다”, “대통령의 권한을 다해 힘을 실어주겠다”, “합의해주면 반드시 실행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출범식에서 이 기구에 강한 지지를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경사노위에 “참석할 아무런 자격이 없었음에도”(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경사노위 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사회적 대화기구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정말 고대했던 날이다. 드디어 출범하게 되어 아주 기쁘다”고 감회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이 경사노위 출범에 상당한 의의를 부여한 것은 이 기구를 통해 풀어야 할 갈등과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탓이다. 민주노총은 전날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를 두고 파업을 벌였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는 노사 양쪽의 이익이 첨예하게 맞서 있어 정부가 섣불리 한쪽에 기대어 풀 수 없는 문제다. 문 대통령도 이날 “사람중심 경제, 노동존중사회, 포용적 성장과 포용사회, 혁신성장과 공정 경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모델로 삼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역시 노사가 맞서며 난항을 겪고 있다. 전교조 합법화 문제, 청년 실업 문제를 비롯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문제, 사회안전망 개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감소 대책 등도 경사노위가 풀어야 할 사회적 대타협 과제다. 문 대통령이 국정 철학으로 강조하는 함께 잘사는 포용 국가는 사회 주체들 사이의 양보와 타협이 없이는 나아가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모두는 개혁의 주체다. 자기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 양보와 고통 분담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한다”면서 “서로가 역지사지 입장에서 대화를 통해 절충안을 찾아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노동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연내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 “국회에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하겠다”며 중재자 구실을 자임하기도 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겪었던 시행 착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도 담긴 것 같다. 참여 정부는 정권 초기인 2003년 철도노조, 화물연대 파업을 비롯해 2006년 파견법과 기간제법 논란을 거치며 개혁 동력에 치명타를 입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당시의 후회를 기록했다. 그는 “참여정부 초기 정부와 노동계의 충돌로 노정 관계는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진 면이 있었다. 노동계가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 때문에 처음부터 서두르거나 과욕을 부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는 노동계의 높은 기대를 참여정부가 감당못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노동분야에 있어서는 참여정부 개혁을 촉진한 게 아니라 거꾸로 개혁 역량을 손상시킨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아울러 최근 일자리와 소득분배 지표 악화를 포함한 경기 지표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지지율이 연속 하락해 50%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문 대통령이 경사노위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