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23일 새벽 서울 시내에서 음주 단속에 적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비서관을 직권 면직했다.
문 대통령은 23일 “대통령이 직접 음주 운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준수해야할 청와대 직원이 어겼다는 점에서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김 비서관을 직권 면직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김 비서관의 차량에 동승한 2명의 청와대 직원에 대해서도 “경찰 조사를 지켜보고 징계 절차 착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오늘 새벽 청운동 사무소 앞에서 음주운전으로 단속됐다”며 “의전비서관은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실에 자진 신고한 뒤 조사를 요청했다. 음주운전 적발 당시 김 비서관의 혈중 알콜 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서관은 이날 새벽 1시께 의전 비서관실 회식을 마치고 대리기사를 부른 뒤 차를 몰고 대리기사가 있는 곳까지 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차에는 2명의 청와대 직원이 동승했다.
고 부대변인은 “임 실장이 아침 티타임 때 이 사실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즉각 사표 수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대통령 비서실장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하다가 지난 6월 의전비서관을 맡았다. 고 부대변인은 의전비서관 직무는 홍상우 선임행정관이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 이제 음주운전을 실수로 인식하는 문화를 끝내야 한다”며 “초범일지라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지난달 경호처 5급 공무원이 무고한 시민을 무차별 폭행하는 등 청와대의 갑질과 기강해이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며 “한심한 수준을 넘어 국민적 우려마저 낳고 있다. 내부 기강을 바로 세울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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