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알베라르 아이콘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려 아르헨티나를 방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동포를 만나 “동포들이 한반도 평화를 돕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아르헨티나 숙소 호텔에서 동포 230여명을 초청해 한 간담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남북 평화를 위해 축복과 기도를 여러번 보내주셨고, 여건이 되면 방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한인 동포사회와의 깊은 인연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의 보좌주교로 있던 시절 한인동포사회와 귀한 인연을 맺었다”면서 “교황께서 병원 사목을 위한 봉사자를 찾고 있을 때 한국의 성가비소녀회 수녀님들이 달려와 그 역할을 기꺼이 맡았고, 문한림 주교와 동포사회가 다리 역할을 해주었다고 (지난달 바티칸 교황청에서 만났을 때) 교황께서 제게 직접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스페인어로 좋은 공기, 순풍을 의미한다”며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도 순풍을 타고 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 더욱 자랑스러운 조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빈민지역 판자촌에서 시작한 아르헨티나의 한인 동포 사회는 현재 아르헨티나의 중심상권인 ‘아베쟈네다’ 상가 절반 가량을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다”면서 동포들을 격려했다. 현재 3만명 가량인 아르헨티나 동포들은 1세대 동포의 80% 이상이 의류, 패션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그는 “동포 여러분이 보여주신 나누고 돕고 함께 잘사는 정신이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국가의 뿌리”라고 덧붙였다.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각)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 가족 모임인 ‘5월 광장 어머니회' 회원들을 위로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김정효 기자
문 대통령은 동포 간담회에 앞서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아르헨티나 민주화 운동 당시 희생된 이들의 모임인 5월 광장 어머니회 회원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 공원에 헌화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국립역사기념공원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에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려고 부에노스아이레스시 북쪽 라플라타 강변에 조성됐다. 아르헨티나는 1955년부터 1983년까지 모두 8차례의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고, 그중에서도 1976년 쿠데타로 집권한 비델라 정권의 통치는 이른바 '더러운 전쟁'(Guerra Sucia)이라고 불릴 정도로 잔혹하고 억압적이었다. 군부세력은 정치·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미명 아래 국가재건 목표를 내걸고 반체제 성향의 사회·노동 운동가와 지식인들을 납치·불법구금·고문·살해해 희생자가 3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5월 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에도 군부 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희생된 분들의 어머니 모임이 있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5월 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에게 한국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어머니들이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고 직접 준비해가 나비 브로치를 이들에게 달아줬다. 민가협은 1994년 6월 민가협 측과 5월 광장 어머니회원들이 만났을 때 찍은 사진과 당시 착용했던 보라색 수건과 부채를 선물로 준비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나비는 희망·행복을 뜻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