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5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낙수 효과는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며 “자랑스러운 수출의 성과를 함께 잘사는 포용적 성장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 한해 동안 “고용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경제 정책 운용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5회 무역의 날 행사 연설에서 “올해 우리는 사상 최초로 수출 6천억 달러를 달성할 전망이고, 국민소득 4만불 시대를 여는 역사적인 업적을 이루게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수출이 늘고 기업의 수익이 늘어도 고용이 늘지 않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 일반화하고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해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공정한 경제를 기반으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이뤄야 수출과 성장의 혜택이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5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수출 1조 달러 시대를 위해 다시 뛰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산업별 수출 역량을 강화하고, 수출 품목, 지역, 기업을 더욱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출 확대를 위해 중소·중견 기업들에 △금융·인력 상담 서비스 확대 △무료 단체보험 지원 △수출 바우처 제도 확대 등을 약속했다. 그는 또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조업이 다시 활력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 제조업 강국을 만들어 온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 번 발휘해줄 것을 당부한다”며 중소기업 제조혁신 전략과 자동차 부품산업 지원 대책 마련, 전기·수소 차량 활성화 인프라 구축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한해 일자리 문제와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다며 경제 정책 운용에 관해 자성했다. 그는 “정부는 올 한해 근로자 가구의 소득과 삶을 향상시켰지만, 고용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문제들을 직시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와 자영업자 문제의 미비점을 직접 언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경제 정책 운용의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고, 그만큼 문제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포용적 성장과 포용 국가에 이르기는 어렵다”며 “우리는 성급하게 자기 것만을 요구하는 것보다 조금씩 양보하면서 함께 가는 것이 좋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타협을 강조한 말로, 이는 최근 타결 직전에 이르렀다가 다시 좌초위기에 빠진 광주형 일자리 합의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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