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첫 확대경제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문재인 정부 핵심 경제정책에 대해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속도조절’을 공식화했다.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주요 정책에 대해 유연한 접근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에 대한 확신을 가져달라”고 강조했지만, 일각에선 소득주도성장 등 현 정부의 주요 의제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최저임금, 노동시간 문제와 관련해 “경제·사회의 수용성”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 “국민의 공감” 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경제정책과 관련해 ‘수용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소득주도성장 구현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꼽혔지만, 각 경제주체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이들 정책이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수정·보완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완대책 시행이 늦어진 점 등을 지적하면서 관련 대책들이 서로 맞물려 정책이 목적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여기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적극적으로 도모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의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 각 경제주체들의 양보와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다만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전반적인 정책기조는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뜻도 거듭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과거 정부와 다르게)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가고 있다. 추진 과정에서 논란과 의구심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인내심을 갖고 결실을 맺는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적어도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국민들께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정책 추진의 방식과 속도 등 ‘각론’에선 조절할 수 있지만,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등 3대 경제정책 기조라는 ‘총론’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민생경제 총력전’을 당부하며 “규제혁신과 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제활력을 높이고 동시에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정책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자동차·조선 등 전통산업 경쟁력 확보 △신산업·신성장동력 발굴 △투자 확대 △포괄적 규제혁신 등을 강조했다.
이런 ‘속도조절’ ‘경제 다 걸기’ 행보와 관련해 일부에선 ‘제이노믹스’의 후퇴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내수와 수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불균형의 구조화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적폐”라며 “산업구조 개편과 사회안전망 강화, 공정경제 등 정책이 패키지로 추진돼야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갑자기 단기적 경기 대책만 강조된 셈이어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도 “경제 현실에 대한 우려 탓인지 기존 소득주도성장 등에서 힘을 빼고 지표 관리에 집중하는 면이 보여서 우려가 된다”며 “정책 추진 과정에 세부 정책안들이 엇박자를 내지 않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조정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협 노현웅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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