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검찰 수사관)의 첩보 문서 목록이 ‘민간인 사찰 공방’으로 비화하면서, 특별감찰반의 업무 영역을 명확히 구분해놓지 않은 청와대 ‘시스템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감찰 업무의 특성상 민간 접촉을 피할 수 없고 이 과정에서 민간인 관련 정보가 파악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특감반장 등의 재량으로 걸러내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20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특감반이 구성될 당시 특감반 운영지침은 별도로 없었고, 자체적인 ‘가이드라인’만 마련했다고 한다. 가이드라인에는 △정보의 정확성 △정치적 이용 금지 △합법적인 방법 등의 ‘지침’이 포함됐고, 이를 어길 경우 특감반장이 구두로 제재 조처를 했다는 게 민정수석실의 설명이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보를 다루는 감찰 업무 특성상 매뉴얼을 문서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점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다만 특감반원들의 첩보가 데스크-반장-비서관으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문제가 될 만한 것은 다 걸러지는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인걸 특감반장에게 확인해보니 다른 반원들은 보고서 작성에 앞서 반장과 논의해 조율을 거치는데 김 수사관은 그런 절차 없이 제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며 “김 수사관의 경우도 임명 전후 기존 관성대로 작성했던 세건의 보고서에 대해 지적을 받은 뒤 감찰 대상이 된 비위 행위들을 저지르기 전까지 1년 정도는 업무 범위 바깥의 문제가 될 만한 보고서를 낸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까지 김태우 수사관과 함께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일했던 이가 전하는 업무 프로세스도 김 수사관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었다. 한 전직 특감반원 ㄱ씨는 <한겨레>에 “박근혜 정부는 특감반을 통해 인사검증과 세평 수집 등을 했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특감반이 인사검증을 하지 않았다. 인사검증팀이 그 업무를 하면서 우리에게는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첩보보고서를 쓸 때 따로 지시를 받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도 “정보업무의 특성상 지시를 많이 하지 않는다. 규정된 업무를 벗어나 오버하지 말라는 취지의 얘기만 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김 수사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다른 특감반원도 우리 (감찰) 대상이 아닌 것을 청와대 첩보 양식에 맞춰 많이 썼다”고 말한 것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김 수사관은 다른 특감반원들이 같이 있는 텔레그램방에서 ‘오케이’를 받고 야당 정치인, 언론 동향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ㄱ씨는 “실적주의 시스템인데 단체방에 그런 걸 올릴 리도 없고, 서로 담당이 달라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시스템”이라며 “도대체 무슨 근거로 모든 감찰반원이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정부에서 특감반이 문제가 된 걸 아니까 다들 (민간인이 관련돼) 문제가 될 만한 건 안 쓴다”고 덧붙였다.
김 수사관이 찍었다는 청와대 컴퓨터 화면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청와대에 들어가면 ‘비가드’(B-Guard)라는 프로그램이 작동해 녹음기와 카메라가 작동되지 않는데, 어떻게 컴퓨터 화면을 찍었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ㄱ씨는 “(언론에) 공개된 화면에는 문서 목록만 보이기 때문에 어느 컴퓨터에서 찍은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김보협 서영지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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