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1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1일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는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북한도 이 과정을 되돌릴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우리 외교 안보의 큰 성과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본격 재개됐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지도자로서는 처음 육성으로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똑같은 말씀을 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올해 외교 안보 분야의 가장 큰 업적은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을 없앴다는 점”이라며 “과거에는 평화를 지키는 수세적 차원에서의 안보였다면 금년부터는 평화를 만들어가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안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 실험,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이 지난해 16차례였지만 올해는 한차례도 없었고, 남북이 3차례의 정상회담을 포함해 36차례의 각급 회담을 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정 실장은 남북 관계를 푸는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이른바 쉬운 일부터 하고 어려운 일을 하는 선이후난(先易後難)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어려운 것부터 정면돌파하는 톱다운 방식으로 변했다”고 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연내는 물리적 시간이 없기 때문에 어려워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약속은 지켜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북쪽에 ‘아무때나 준비가 되면 오라. 대신 우리가 준비하려면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준비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을 충분히 전했다”며 “우리나 북쪽이나 조건을 내 건 것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의 순서를 묻는 물음에 “어느 것이 먼저 열려도 남북관계 발전과 북-미 협상에 선순환적으로 도움을 주기 때문에 순서는 크게 관계가 없다”고 했다.
또 종전 선언에 관해선 “너무 비핵화와 연계해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 국민들이 지난 65년 동안 전쟁 재발의 위험과 공포 속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을 위해서라도 종전 선언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종전 선언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간 난항을 겪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에 관해서는 “한미 동맹도 중요하지만 우리 세금도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우리 입장을 미국 쪽에 개진하면서 가급적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기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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