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월31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입장하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뒤 두번째 설을 맞는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극적인 남북 평화, 화해 국면을 이끌어 냈던 지난해와 달리 문 대통령의 마음은 가볍지 않을 것 같다. 설 직전 터진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 구속이라는 악재가 터진 데다 경기 활성화라는 과제도 녹록잖은 탓이다. 문 대통령은 설 휴가 동안 집권 3년 차 정국 구상을 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연휴 동안 별다른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설에 가족과 함께 보내실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설 이후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초점을 경제 살리기와 남북 관계 개선에 맞출 것으로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1월 일정 대부분을 경제에 다걸기 하다시피했다. 중소·벤처기업 간담회(7일)와 대·중견기업 간담회(15일)을 비롯해 울산과 대전에서 지역경제투어를 진행했다. 31일에는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해 가면서도 보완할 점들을 충분히 보완해서 고용의 양과 질을 함께 높이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설 이후에도 지역 경제투어와 중소, 자영업자 초청 간담회 등을 이어가며 혁신적 포용 성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의 불참 탓에 완전체가 되지 못했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역시 가동할 방침이다. 청와대는 이르면 2월 국회에서 늦어도 4월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
문 대통령은 설 이후 빠른 속도로 전개될 남북, 북-미 관계에 관해서도 생각을 가다듬을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말께 아시아 국가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점을 여러차례 확인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검증과 폐기와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라는 ‘빅딜’이 성사되면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이후 숨고르기를 해왔던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비핵화 프로세스도 분주해진다. 남북 철도, 도로 연결을 비롯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경협 분야에서 정부의 활동 폭이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연기된 김 위원장의 첫 서울 답방 준비에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지난해를 능가하는 속도로 남북 관계 일정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 구속 후폭풍으로 냉랭해진 대야 관계는 문 대통령의 머리를 무겁게 할 것 같다. 야당은 김 지사 판결 뒤 정권의 정통성을 공격하며 문 대통령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2월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경제, 민생 법안을 통과시키려했던 문 대통령의 구상에 적잖은 장애물이 생긴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사법개혁 추진에 차질이 생길 것을 걱정하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2월부터는 사법개혁에 시동을 걸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야정 협의체에서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의 법안을 주요 의제로 올려 추진하려 했다”면서 “하지만 김경수 지사 건으로 야당의 반발을 무릅써야하는 상황이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야 관계가 냉각돼있어 여야정 협의체가 일러야 2월 중순 이후에나 열릴 것 같다”고 말했다.
개각 역시 문 대통령의 설 연휴 동안 정리해야할 부분이다. 청와대는 속도감 있는 대북 경협과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를 추진하려 개각 시기를 일단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상정해뒀다. 개각 범위는 내년 총선에 출마할 의원 출신 장관 5명을 비롯해 원년 내각 멤버 3~4곳 가량으로 알려졌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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