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부산광역시 사상구 사상공단 내 대경 피엔시(PNC)에서 열린 대한민국 도시 미래, 부산 대개조 비전 선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동남권 신공항 문제와 관련해 “검증 결과를 놓고 5개 광역단체 뜻이 하나로 모인다면 결정이 수월해질 것이고, 만약에 생각들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뒤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 대개조 선포식’ 참석차 부산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이날 지역경제인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부산 시민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게 뭔지 잘 안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은) 부산과 김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남권 5개 광역단체가 연관된 것이어서 정리되기 전에 섣불리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다만 이런 논의를 하더라도 다시 사업이 표류하거나 지나치게 늦어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총리실 산하기구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미 무산된 바 있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 논의가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동남권신공항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사업이 전면 백지화 됐다.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공항의 유치 경쟁 끝에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으로 결정됐다. 부산·경남 지역 광역단체장들이 줄곧 신공항 건설로 정책 전환을 요구해왔지만, 문재인 정부는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청와대는 동남권 신공항 ‘검토 재개’ 쪽으로 해석되는 것에 원론적인 언급일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이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정부의 공식입장인 ‘김해공항 확장안’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문 대통령은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혁신의 플랫폼을 함께 만드는 스마트시티’ 발표회와 부산 사상공단 안 폐공장 대호 피엔시(PNC)에서 열린 ‘대한민국 도시 미래, 부산 대개조 비전 선포식’ 연설에서 “부산 대개조의 성공이 대한민국 지역혁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6번째 지역경제 투어의 하나로 부산을 찾았다. 그가 부산을 찾은 것은 지난해 9월 부산 비엔날레를 관람한 뒤 다섯달 만이다.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위원회 산하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는 전국 39개 후보지 가운데 지난해 1월 최종적으로 부산과 세종을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선정했다”며 “부산 낙동강 변 벌판과 세종시 야산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서가는 새로운 문명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시티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주요 도시의 공공기능을 연결한 미래도시를 일컫는다.
문 대통령은 “부산 스마트시티는 로봇 등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 혁신 생태계를 만들고 친환경 미래 수변도시가 될 것”이라며 “2021년 말부터는 시민들이 입주해 스마트시티를 직접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적 차원의 시범단지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세계 최초”라며 “정부의 의지는 명확하다. 부산시와 세종시를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스마트시티로 조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르노 그룹이 부산에 초소형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하고, 조선 수주와 자동차 생산이 회복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할 매우 적절한 때에 부산 대개조를 시작한다”며 “정부는 부산 대개조 비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적인 첫발을 떼며 상생형 일자리로 포용국가의 전환점이 된 것처럼 부산 대개조 성공이 대한민국 지역혁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지역 경제인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데 설령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한반도에 평화경제 시대는 열리리라 본다”면서 “부산은 동북아 물류 거점도시로서 한반도의 평화가 지역 경제활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평화경제협력 시대를 잘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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