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1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전략회의’ 시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법·제도적 시스템을 통한 권력기관 통제였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검찰·경찰 등 개혁 대상 기관과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향해 적극적으로 이해와 협조를 구하며 제도적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검찰도 거부감을 표시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관해 “공수처가 중요하다”며 이 기관을 설치하려는 이유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검찰을 향해 “공수처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자꾸 공수처를 검찰 개혁 방안의 하나라고 이야기해서 검찰이 과민 반응을 보이는데 원래 공수처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최고 고위층 권력자들에 대한 특별사정기관”이라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원래 사정기관으로 검찰과 경찰이 있지만 기존의 제도적인 사정기관들이 대통령 친인척, 대통령 주변의 비리 등에서 제 기능을 못 했기 때문에 옛날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아들 사건, 김대중 정부 시절 아들 사건 등을 거치며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이회창 후보 모두의 공약이 된 것”이라며 “검찰과 경찰이 대통령도, 대통령 아들도 두려워하지 않고 성역 없이 수사하는 사정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검찰 스스로 검사의 비리를 직접 수사할 수 있다면 공수처라는 기관이 (따로) 왜 필요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그런 측면에서 (공수처 설치를) 조금 접근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검경 양쪽이 조금씩 물러나 검경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가 함께 시행될 길을 터줘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검찰이 수사권 조정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별로 없다”며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는 조정으로) 일반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없어져도 검찰이 헌법에 명시된 영장 청구를 매개로 사실상 (경찰) 지휘를 할 수 있고, 게다가 중요 사건에 대해선 직접수사 기능을 갖고 있어 오히려 중요 사건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제 목표를 조금 말하자면 100% 완전한 수사권 조정, 100% 완전한 자치경찰, 이렇게 곧바로 도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권력기관 권한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가급적 같은 시기에 동시 추진하는 것이 (검경 양쪽의) 수용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권력기관 개혁 속도를 높이기 위해 검경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의 첫발을 함께 떼어보자는 뜻이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참으로 두렵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법·제도적 장치 마련을 강조했다. 정권에 따라 ‘표변’하는 권력기관의 활동 영역을 다시 ‘되돌릴 수 없도록’ 법으로 명확히 규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집권 2년이 가깝도록 핵심 국정과제인 권력기관 개혁이 지지부진하자 더 늦으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야당 등을 설득하기 위한 “입법전략회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올해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돌이란 점을 상기하면서 권위주의적인 권력기관의 친일 잔재를 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를 일제시대를 거치며 비뚤어진 권력기관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버리는 원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