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0일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의 폭로로 촉발된 ‘환경부 표적 감찰’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에 대해 “환경부 장관이 일부 산하 기관에 대해 감사를 벌이도록 한 것은 적법한 감독권 행사”라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산하 기관 인사, 업무 등 경영 전체에 대해 포괄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기관장 교체를 목표로 환경부가 ‘표적 물갈이’에 나섰다는 의혹과 청와대 인사수석실 개입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조치사항’ 등의 문서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보고됐다거나 환경부 문서 가운데 일부가 인사수석실에 보고됐다는 보도에 관해서도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하는 일은 환경부를 비롯한 부처가 하는 공공기관 인사 방향에 대해 보고를 받고 협의하는 것”이라며 “공공기관 기관장 등에 대한 임명권자가 대통령이기에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장관의 임명권 행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일상적으로 감독하는 것은 너무도 정상적인 업무 절차”라고 반박했다.
이어 “장관의 이런 권한은 합법적 틀 안에서 행사돼야 하며, 감사의 수단이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현재 검찰이 수사중”이라며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청와대는 최대한 조용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검찰이 민정·인사수석실 관계자를 소환할 경우, 검찰에 출석해 사실 관계를 있는 그대로 밝히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이날 환경부 ‘표적 감찰’ 논란에 적극 해명하고 나선 데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물론 일부 언론들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공세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이날 ‘블랙리스트란 먹칠을 삼가해 주십시오’란 제목의 서명 브리핑을 내어 “과거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법원이 판결을 통해 정의한 블랙리스트의 개념을 보면 1)지원을 배제하기 위해서 2)계획을 세우고 3)정부조직을 동원하여 4)치밀하게 실행에 옮길 것”이었다고 밝힌 뒤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 리스트가) 네 가지 조항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 엄밀하게 따져달라”고 언론에 당부했다.
또 △대상 △규모 △작동방식 등을 비교하며 환경부의 문서는 블랙리스트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문화예술인과 방송인 등 민간인 2만1362명 가운데 실제 피해가 확인된 것만 8931명이었던 반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의 경우 공공기관 기관장·이사·감사 등 공무원이었고 실제 임기 만료 전 퇴직자는 5곳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 때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로 내려보내 지원사업 선정에 반영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런 일을 한 적도 없고, 그런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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