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 뒤 국내외적 난관에 봉착했다. 미국과 신경전을 펼치던 북한은 돌연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공동사무소) 인력을 철수시켰다. 여기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는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청와대가 심혈을 기울여온 권력기관 개혁법안은 국회 합의조차 불투명하다.
북한은 지난 22일 전격적으로 개성 남북공동사무소 파견 인력을 뺐다. 공동사무소는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같은 해 9월14일부터 설치돼 24시간 남북 소통 창구 구실을 해왔다. 남북 관계를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 개선의 견인차로 삼으려던 청와대로선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제재 틀 안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주길 바란다. 특히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협력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17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우리에게 넘어온 바톤을 어떻게 활용할지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며 비무장지대(DMZ) 안 감시초소(GP) 철수, 공동 유해발굴, 한강하구 민간선박 자유항행 등 9·19 남북군사 합의 이행을 통해 남북관계를 움직여 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북쪽 인력 철수로 기존 판문점 선언 합의마저 흔들리는 상황이 됐다. 청와대는 북쪽과 대북 특사나 판문점 약식 정상회담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가시적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전을 책임지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김 위원장의 방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로 교착 국면 타개를 모색한다면 자칫 남북 소통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적으로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구속영장 청구가 악재다. 검찰은 청와대와 환경부가 전 정부 때 임명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의 사퇴를 종용했다며 김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청와대는 “김 전 장관이 일부 산하기관 감사를 벌이도록 한 것은 적법한 감독권 행사”라며 과거 정권의 블랙리스트 사건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해왔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이 25일로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구속되면 도덕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회 대치 상황 역시 청와대로선 부담스럽다. 황교안-나경원 체제 뒤 자유한국당이 극우 강성 색채로 돌아서면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정례화는 불투명해졌다. 청와대와 국회는 여야정 협의체를 분기마다 한차례 정례화하기로 합의했으나, 지난해 11월5일 첫 회의 이후 일정을 못 잡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야정 협의체가 정기적으로 열려 횟수가 쌓이면 구속력을 지닌 대화, 소통의 틀이 마련되는데 지금은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핵심 개혁 과제로 삼는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국회 통과가 녹록잖다. 두 사안은 여야 간 선거법 패스트트랙 논의에 꾸러미로 엮이면서 공수처에 기소권을 반드시 줘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과 주지 말아야 한다는 바른미래당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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