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월10~11일(현지시각)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연다. 지난달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뒤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다시 중재, 촉진자 구실에 나서는 셈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9일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의 초청으로 4월 10일부터 11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며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양국 공조방안에 관해 심도있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7번째”라며 “11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바로 귀국 일정에 오르는 공식 실무방문”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번 회담이 지난 2월28일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직후 한-미 정상 간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월28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뒤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서 문 대통령에게 전화해 ‘오찬을 겸해 비핵화 협상의 조기 성과를 위한 북한 견인 방법을 논의하자’고 문 대통령을 초청했고, 이를 문 대통령이 흔쾌히 수락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의를 해달라고 권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여러 협의를 통해 일정을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의제는 다음 주 방미하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조율한다. 이 관계자는 “의제는 김 2차장이 다음 주 방미해 백악관에서 직접 조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대량파괴무기를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면 아무것도 없다는 이른바 미국의 ‘올 오어 낫싱(전부 아니면 전무)’ 전략에 유연성을 취해 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나쁜 거래보다는 거래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주장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선 북한으로 하여금 포괄적 목표 달성을 위한 합의부터 견인해 내고 그런 바탕에서 작은 거래를 충분히 좋은 거래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 한두 번의 연속적인 조기 수확 또는 성과가 필요하다”며 미국에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단계적 대북 제재 완화를 언급했다. 아울러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을 전제로 제재 완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한 만큼 스냅백을 전제로 한 대북 제재 완화 부분도 논의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청와대는 이번 회담이 지금까지 남북, 북-미 관계를 이끌어온 정상들 사이의 톱 다운 방식을 추동하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시기적으로 하노이 회담 뒤 이루지는 것으로서 한-미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톱 다운 외교의 방향성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금까지 국면을 진전시켜온 톱 다운 방식이 앞으로도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들은 남북미 3국 정상이 만들어낸 ‘거대한 정치적 파도의 결실’로 3국 정상 간 노력이 없었으면 절대 현재 상태에 이를 수 없었다”며 “남북미 3국 정상의 신뢰와 대화는 계속 유지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애초 남-북 정상회담이나 대북 특사 파견을 통해 북한의 의중을 파악한 뒤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쪽으로 추진해왔다. 지난 17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미 대화 동력을 살리려면) 이번에는 남북 대화의 차례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에게 넘겨진 바통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쪽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뒤 입장을 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는 탓에 한-미 정상회담을 당겨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뒤 남북 간의 본격적인 논의는 전개되지 않았다”며 “우리가 판단하기에 북쪽은 아직 하노이 회담 뒤 여러 측면에서 자체 평가 중인 것으로 알지만 조만간 여러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남북 정상회담 관련 논의는 아직 이르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다만 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실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