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근 잇달아 열린 보수와 진보의 대규모 장외 집회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틀 간격으로 열렸지만 그 내용과 지향은 대척점에 서 있을 정도로 판이한 광화문 집회(3일)와 서초동 촛불집회(5일)를 아우른 발언이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전반적으로 청와대가 공을 들이고 있는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정치권에서는 두 집회로 확인된 ‘민심의 양극화’를 다독이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 자제 요청했지만 “국론분열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성격이 첨예하게 갈렸던 두 집회에 관해 “(국민이)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직접 목소리를 내주어 감사한다. 이를 국론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장외 의사 표현보다 향후 진행될 공식 절차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자는 당부에 무게를 뒀다. 문 대통령이 이날 “대립의 골”로 빠지거나 “모든 정치가 매몰”되는 걸 경계하며 “이제 문제를 절차에 따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한 대목이 여기에 해당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은 진행 중인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처리하고, 검찰개혁은 국회의 입법 논의와 법무부·검찰 차원의 자체 개혁 상황을 지켜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의 핵심은 국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고민하고 있으니, 극단과 대립으로 가지 말고 정치권도 더는 세 싸움을 하거나 편 가르기를 하지 말고 입법 절차에 따라 할 일을 해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검찰개혁” 여론 강조하며 입법 촉구 문 대통령은 국회를 향해서는 이번에도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번 대규모 집회의 원인과 관련해서도 “(국민이) 대의정치가 충분히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 때”라고 표현하며 “(정치권에) 산적한 국정과 민생 전반을 함께 살펴달라는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두 집회의 민의와 관련해서는 ‘검찰개혁’ 쪽에 분명한 무게를 뒀다. 그는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하나로 모아지는 국민의 뜻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 못지않게 검찰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라며 국회가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검찰개혁에 관해서는 광화문의 목소리와 서초동의 목소리가 배치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민통합에 미흡”…여론은 여당에 부담 여야는 문 대통령의 반응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광화문 앞길을 가득 메운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는 했는지 의문”이라며 “국민이 직접 의사 표현을 하게 만든 것은 민의를 외면하고 있는 문 대통령 본인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론분열이 아니라고 하면서 대통령이 국론분열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의 메시지에 공감을 표한다. 이제 정치권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이라며 “한국당은 국민 의견의 표출이라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그것이 가리키고 있는 검찰개혁이라는 달을 바라봐야 한다”고 짚었다.
다만 민주당 안에서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좀 더 큰 틀에서 거리로 나온 시민들을 위로했으면 했는데, 국민통합에 방점을 둔 메시지는 아닌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조국 사태’가 장기화하고 갈등이 커지면서 그 책임이 여권으로 쏠리는 분위기도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와이티엔>(YTN)의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4일까지(공휴일인 3일 제외) 성인 남녀 2007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는 2.9%포인트 내린 44.4%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부정평가는 2.1%포인트 오른 52.3%로 나타나,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가 7.9%포인트로 벌어졌다.성연철 이완 정유경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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