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둘째) 등 각국 정상이 4일 오후 타이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 아베 총리, 문 대통령,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방콕/연합뉴스
아세안 10개 나라와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15개 나라가 모여 무역장벽을 낮추고, 시장 개방을 확대하기로 했다. 타이를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4일 각국 정상들과 함께 협정문 타결을 선언하고, 시장개방협상 등 잔여 협상을 마무리해 2020년 최종 타결 및 서명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은 전세계 인구의 절반(36억명), 세계 총생산의 1/3(27조4천억달러·국제통화기금 2018년 기준)을 차지하는 세계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을 지향하고 있다. 최종 타결에 이르면 우리나라가 참여한 최초의 대규모 경제블록 자유무역협정이 된다. 이번 협정문 타결에서 빠진 인도는 남아있는 주요 사항에 대해 해결을 노력한 뒤 추후 입장을 결정하기로 했다.
각국 정상들은 이번 협정 타결이 보호무역주의 등 세계경제가 직면한 위협 속에서 규범에 기반한 다자무역체체로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협정은 지난 2013년 5월 1차 협상이 개시된 이후 7년 동안 28차례 공식협상과 16차례 장관회의, 3차례 정상회의를 거쳐, 이날 타결 선언까지 왔다. 20개 챕터의 협정문을 타결하고, 상품·서비스·투자 시장개방 협상도 막바지 단계로 일부 나라 간 합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서로의 경제발전 수준, 문화와 시스템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하나의 경제협력지대를 만들기를 희망한다”며 “이번 협정을 통해 무역장벽을 낮추고 각국의 규범을 좌화시켜 세계경기 하강을 함께 극복해 ‘자유무역’의 가치를 확산하자”고 말했다.
그동안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은 무역환경 변화를 고려해 포괄적이며, 현대적이고 높은 수준의 협정 달성을 목표로 추진해왔다. 디지털 기술 발전 등을 감안해 전자상거래·지식재산권 분야를 새로 도립하는 등 상대적으로 낮은 규범 수준인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을 보완하는 의미도 있다. 아세안 지역이 한류 중심지임을 고려한다면 한류 콘텐츠의 안정적인 확산에 기여할 것도 기대된다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는 역내 주요국들과 교역·투자를 활성화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여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앞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 질서’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지켜내고, ‘축소균형’을 향해 치닫는 세계 경제를 ‘확대 균형’의 길로 다시 되돌려놓아야 한다. 아세안+3(한중일)가 협력의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협정 타결은 동아시아 평화와 공동 번영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협정이 타결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더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동아시아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다. 방콕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대신 참석시켰다. 지난 2011년 미국과 함께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여한 러시아는 이번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참석했다.
방콕/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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