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 첫 개성지사장 정연광씨
“곽밥(도시락)이나 고기겹빵(햄버거) 먹고 나서 빛섬유(광케이블) 점검합시다. 혹시 몸까기(다이어트)합니까?….”
요즘 정연광(53·사진) 케이티(KT) 개성지사장은 낯선 평양말과 그 특유의 억양에 잔뜩 재미를 느껴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과 하루의 피로를 다소나마 덜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28일 문을 연 대한민국 제1호 북한지역 전화국인 케이티 개성지사의 초대 지사장이다. 개성지사가 문을 열면서 분단 60년 만에 남북 직접 통신망이 개통돼, 남북 협력의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정 지사장과 케이티 직원 1명, 그리고 평양개발총국에서 파견된 북쪽 참사 2명 등 4명이 케이티 개성지사의 식구 전부다.
“평소 남북간 교류협력 협상이 있을 때마다 사석에서 ‘통일되면 개성이나 평양의 전화국장 한번 해보고 싶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던 것이 초대 개성지사장을 맡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30여년 동안 케이티에서 일해온 그는 “초대 개성지사장에 임명된 것은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60년 만에 남북간 직통 통신망을 개통하기까지 어려움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북한과 통신망 구축을 위한 최종 부속합의서에 합의하는 데 1년9개월이 걸렸고, 개성으로 케이티의 통신장비를 반입하는 데도 6개월이나 소요됐다. 지난해 11월15일 개성지사장에 임명된 뒤 그는 남북의 고위인사들이 참여한 역사적인 통신망 개통식을 다행히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그는 2주일에 한번씩 2박3일간 서울에 있는 집을 찾는다. “아내와 서로 떨어져서 지내다 보니 연애하는 기분도 나고 아주 좋습니다.” 그는 북한 생활에 대해서는 비교적 만족하는 편이지만 식당이 1곳밖에 없고 편의시설이나 목욕탕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재 2만8천평인 개성공단 시범단지가 내년 1단계 사업으로 100만평으로 늘어나고, 입주기업도 11개에서 300여개로 늘어날 계획이어서 3천평 규모의 통신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가장 역점을 두는 일에 대해 “개성공단은 남북 협력사업의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통신망이 고장나면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에 큰 불편을 주는 것은 물론 모처럼 성사된 남북협력 사업에 지장을 줄 수 있는만큼 예비 자재 확보에 만전을 기울이고 자체적으로 복구훈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사진 연합뉴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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