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U-2 정찰기 비행 모습. 미 공군 누리집
중국이 지난 5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대만 포위 훈련을 했을 때, 주한미군 유(U)-2 정찰기가 대만해협 근처로 비행했다고 한다. 최근 대만해협 긴장이 전례없이 높아지고 있어 주한미군 기지가 중국을 견제하는 발진 기지 구실을 하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실시간 항공기 항적 추적 전문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에 지난 5일 오전 경기 오산미군기지를 이륙한 U-2 정찰기가 이날 오전 9시35분쯤 제주도 서쪽 해상에서 대만해협 쪽으로 비행하는 모습이 나왔다고 <조선일보>가 8일 보도했다. 지난 5일께 중국은 대만 인근 6곳을 봉쇄 훈련 구역으로 설정해 미사일을 쏘았고, 중국 전투기 등이 대만과의 중간선을 넘어 비행했다. 대만해협 근처에서 주한미군 U-2 정찰기의 항적이 포착되진 않았지만, 이전 비행 경로를 감안할 때 대만해협으로 출동했을 것으로 보인다.
1955년 첫 실전배치된 U-2는 소련의 군사시설을 정찰하며 ‘냉전의 전사’로 불렸고, 냉전 이후에도 기체를 새로 바꾸고 장비를 현대화해 활동하고 있다. 1970년대 중반 주한미군에 배치된 U-2 정찰기는 하루에 3대가 1회씩 교대로 출격해 비무장지대 인근 20㎞ 고공에서 북한군의 움직임을 꼼꼼히 감시한다.
그동안 대만해협 근처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주일미군이나 미 본토에서 출동한 미군이 대응했는데, 2020년부터는 주한미군 U-2 정찰기도 가세하고 있다. 이 정찰기는 2020년 8월 중국군이 실사격 훈련을 하던 서해 산둥반도와 발해만 근처에 나타났고 2020년 12월, 2021년1·2월 대만해협 근처에 출동했다고 국내외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미국이 한국을 발진 기지로 삼아 주한미군을 중국과의 분쟁에 투입하면서 한국이 원하지 않는 분쟁에 연루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겸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우리 영토를 이용하는 미국 군사력에 대한 주권적 통제부터 미-중 충돌 시 연루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대만해협의 평화를 위한 우리의 역할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