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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화폐위조는 우리도 엄단 미국쪽 증거제시 없었다”

등록 2006-03-08 18:51수정 2006-03-08 22:57

리근 북 외무성 미국국장, 본지 단독인터뷰
미에 ‘비상설 협의체’ 제안
“대화통로 있으면 의심풀릴것”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7일 밤(현지시각)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금융 문제에서 비상설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나누면 그것을 통해 (북-미간에) 신뢰가 쌓인다. 이것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다루는 데도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현재의 북-미간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이 그걸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 미국의 본뜻은 결국 우리 정권 교체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북한이 달러를 위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평양 조폐창에서 위조달러를 찍어낸다는 주장도 있다.

=위조화폐(달러)와 우리 정부와는 전혀 무관하다. 이 문제는 근원부터 얘기해야 한다. 위조화폐가 세계에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 우리는 사실은 위조화폐의 희생자이다. 미국이 정상적 금융거래를 차단하고 여러 분야에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쪽에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모든 관광객, 항만이나 철도를 통해 들어오는 사람들의 모든 비용이 다 현금이다. 그 안에 뭐가 섞여 있는지 우린 모른다. 결국 우리도 희생자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미국쪽에 ‘미국은행에 북한 계좌를 하나 개설하는 문제를 생각해보라. 그럼 의심 없어질 거 아니냐’라고 제안했다. 평양에 위폐 제조공장이 있다는 건 정보기관의 모략, 음모다. 우리가 그런 위폐를 찍어서 돌리고 정부가 거기 관여한다는 주장은, 예민한 핵문제를 논의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권에 여러 불법 딱지를 붙여서 (6자)회담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다.

­미국이 이번 접촉에서 북한 위폐 제조의 증거를 제시했나.

=(뉴욕 접촉을) 미국은 설명회라고 하고, 우리는 회담이라고 했다. 어쨌든 내용이 중요하다. 우리는 회담에 앞서 미국에 분명히 얘기했다. 우리는 장황한 설명을 들으러 온 게 아니고 문제해결의 방도를 모색하려고 왔다고 했다. 신문 받으러 온 것 아니라고 했고 미국도 이에 대해 다른 이의가 없었다. 미국은 애국법 311조에 의해 델타은행 제재 조처를 취한 배경을 10~15분 가량 설명했다. 우리는 금융제재 본질, 그리고 우리가 보는 시각과 미국 시각이 차이가 있다는 설명을 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방도가 있다는 걸 제시했다. 우리는 우선 (마카오의) 뱅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를 빨리 풀어라, 최소한 이게 되어야 6자회담에 나가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전반적 금융제재 풀라는 것에서 이렇게 요구를 좁혔다.

­미국이 증거는 제시했나.

=증거 제시는 없었다. 우리가 그런 증거나 해명을 하러 여기 온 게 아니다. 미국도 우리 입장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미국은 뱅코델타아시아 은행 제재가 제재가 아니라 방어적 조처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것이 6자회담과 무관하다는 걸 설득시키려 했다.


­미국이 초정밀 100달러짜리 위조지폐, 이른바 슈퍼노트에 대해 설명했나.

=그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고 논의도 없었다. 양쪽이 적대관계에 있고 의사소통이 안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 그러니 비상설 협의체를 내오는 게 어떠냐, 그래서 뉴욕에서 접촉해서 의혹 풀 건 풀고, 해명할 건 해명하고 하자고 제기했다. 비상설 협의체가 열리면 금융범죄에 관해 정보를 교환하고 대책 마련을 할 수 있다. 가령 (북한에서) 누가 (위폐를) 찍어낸다고 하면 그 사람을 잡고 기계나 종이, 잉크 등을 압수하고 이런 걸 미 재무부에 통보할 수 있다. 그런 정보교환을 할 수 있다.

­비상설 협의체에 대한 미국 반응은 어떤가.

=좀 논의해서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미국은행에 북한계좌를 개설하자는 제안에 대한 미국 반응은 어땠나.

=미국은 (북한이) 국제적 금융기구에 가입해서 신용을 더 회복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은 위폐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있으니 북한이 우려를 덜 수 있는 필요한 조처를 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도 재발방지 약속과 함께 그 증거를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마치 우리 정부가 이걸 주도하고 개입돼 있는 게 기정사실인 듯이 말한다. 그래서 가령 남한 주재 미국대사는 위폐제조 동판을 내놓으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런 불법과 전혀 인연이 없다. 미국은 100달러짜리 지폐 한장을 흔들며 이게 북에서 나온 것이다라고 하지만 그게 북에서 나온 건지를 어떻게 아느냐. 그런 불명예스런 논쟁을 그만두고 평등한 자세에서 빨리 서로 존중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분위기를 만드는 게 더 실용적이다.

­북한 관리나 민간인이 개별적으로 위폐제조에 개입했다면, 북한내에서 이들을 처벌한 사례가 있나.

=법적 조처와 조항이 있다. 위폐에 대해선 사소한 용납도 안한다. 마약관리법, 수의약품관리법, 외환관리법 이런 모든 법들이 계속 갱신되고 있고, 이제 반자금세척법도 우리가 독자적으로 제정 공포할 걸 예고하고 있다. 형법 99조와 100조엔 화폐 위조에 가담하면 종신형, 극형까지 처한다는 조항이 있다. 지난 1일 인민보안성은 마약 거래 관계자를 사형까지 처한다는 포고령을 공포했다. 만약 개별적인 자들이 불법행위에 가담해서 우리 공화당의 영상(이미지)을 흐린다는 자료가 확인되면 우리는 언제든지 처리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미 국무부 마약보고서는 ‘북한이 마약 거래를 개인 차원으로 돌리고 있지만 처벌한 전례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내부적 얘기를 공개할 입장에 있지 않지만, 내가 알기로는 처벌 사례가 많다. 그런 문제는 앞으로 북-미간에 비상설 협의체와 같은 대화통로를 마련하면 의심할 게 없어진다. 위폐와 마약 거래는 우리도 다른 나라처럼 엄단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에선 뱅코델타아시아 은행 제재가 북한을 압박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미국은 그걸 자위적, 방어적 조처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실제로 말하는 걸 보면 금융제재의 목적을 스스로 토로하고 있다. 금융제재를 했더니 6자회담 성공전망을 높여주고 있다, 압박에서 가장 효과적인 건 제재다, 북 핵개발 분쇄조처의 일환이다, 조선이 핵활동을 계속하는 한 이런 조처는 계속 취해질 것이다 라는 식으로 말한다. 이것은 (제재가) 달러 위폐를 막자는 것보다 핵개발을 막기 위한 조처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9월 베이징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핵프로그램 포기 용의를 밝혔다. 공동성명은 여전히 유효한가.

=한반도 비핵화는 위대한 수령님(김일성)의 유훈이다. 이 의지엔 변함이 없다. 공동성명이 어렵게 마련됐으니 빈 약속이 되지 말야야 한다. 이행해 나가야 한다. 거기엔 우리 뿐 아니라 미국의 의무도 포함돼 있다. 이제 비핵화를 위해선 먼길을 가야 한다.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길은 어느 게 쉬운 조처냐 따져서, 그런 것부터 해나가면서 신뢰를 이룩하는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개선 문제가 다 여기 들어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서 (북-미) 관계개선을 하는 게 아니라, 관계개선을 통해서 비핵화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북-미는 적대관계에 있다. 비핵화는 우리 핵무기를 내놓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기에 북-미관계 개선을 통해서 우리가 위협을 느끼지 않고 신뢰가 조성되고 완전히 정상화될 때 우리는 핵무기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 북-미 정상관계가 이룩되기 전엔 우리는 억지력을 내놓을 수 없다. 북-미 정상화 개선은 우리 인민이 선택한 사상·제도를 수호하는 관계개선이여야지, 그걸 해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북한은 핵보유국이라고 밝히지만 핵실험은 하지 않았다. 가까운 시일 안에 핵실험을 할 생각이 있나.

-대개 핵실험을 통해서 핵보유국임을 선언하지만, 핵실험을 하지 않고 핵보유국 선언을 하는 나라도 있을 수 있다.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대응하는 게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다. 만약 압박이 계속 지속되고 우리를 고립시키려 한다면 우리는 모든 자위적 조처를 취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처를 취하겠다, 이거는 지금 단계에선 말하기 어렵다.

-경수로가 제공되어야 핵프로그램 폐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나.

=물론 큰 선에선 같지만, (6자)회담 과정에서 여러가지 시점 문제라든가 방법 문제라든가 하는 게 나올 수 있다. (9월) 공동성명은 매우 어렵고 복잡한 정세 아래서 외교적 지략이 발휘되어서 나온 중요한 것이다. 기존의 입장 하나만 갖고 하긴 어렵다. 앞으로 협상해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융통적인 부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시점상으론 일치해야 한다는 원칙엔 변화가 없다. 그러나 그 안에서 취해지는 내용적인 행동들에선 이러저러한 순서가 바뀌는 것도 있지 않겠나 싶다.

­북한은 왜 그렇게 경수로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나. 다른 방식으로 전력 공급받을 수 있지 않나.

=두가지 이유다. 하나는 민족적 자존심의 문제다. 우리는 모든 핵에서 다 손떼라는 게 미국 입장이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 평화적 핵활동은 세계 모든 나라들이 누리는 자주적 권리에 속한다. 9·19 공동성명에서도 우리 입장을 존중한다고 했다. 또하나는 현대 에너지 발전추세를 봐도 꼭 가져야겠다는 생각이다. 모든 나라들이 원자력에 다시 머리를 돌리고 있다.

­우라늄핵프로그램 문제도 6자회담의 쟁점 중 하나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피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 프로그램이 없다. 그러나 증거를 제시하면 얼마든지 해명해줄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선 다른 어떤 입장 변화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이므로 굳이 그런 복잡한 것에 관계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뉴욕/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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