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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의제화엔 성공

등록 2006-04-24 19:12수정 2006-04-24 21:45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 마지막 날인 24일 남쪽 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권호웅 북쪽 단장이 평양 고려호텔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 마지막 날인 24일 남쪽 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권호웅 북쪽 단장이 평양 고려호텔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8차 남북 장관급회담 결산
이산가족 범주 아닌 새 접근방법 합의 못해
표현방식·내용 싸고 마지막까지 진통

“새롭고 중요한 의제가 있다면 허심탄회하게 내놓고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쪽 수석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18차 장관급 회담에서 이미 예고한 대로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새롭고 중요한 의제’로 제시했다. 이 문제를 놓고 일부에선 북한의 반발로 논의조차 못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두 수석대표는 공식회의를 제외하고도 알려진 것만 3차례에 걸쳐 모두 4시간여 동안 이 문제 등을 놓고 대화했다. 과거의 예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다. 그런 점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의 본격적인 공론화와 의제화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지난 2월 적십자회담에서 ‘전쟁 및 그 이후 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로 표현됐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상호 관심을 갖는 인도주의 문제들’이라고 모호하게 표현됐었다.

물론 이번 회담 보도문의 ‘실질적 해결을 위한 협력’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원론적이며,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 장관도 회담이 끝난 뒤 “마음에 꼭 차지는 않지만…”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이번 회담에서 남북은 여전히 ‘표현의 문제와 어떤 내용으로 할 것인지’를 놓고 마지막까지 이견을 보였다. 이는 남북이 아직 이산가족의 범주가 아닌, 새로운 접근방법에 합의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의 해결에 상응해 정부가 제시하려 했던 과감한 대북지원은 공동보도문에 담지 못했다. 남쪽의 ‘과감한 지원’도, 북쪽의 ‘대범한 조처’도 없었던 셈이다.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 마지막 날인 24일 남쪽 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왼쪽)과 권호웅 북쪽 단장이 평양 고려호텔에서 회담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 마지막 날인 24일 남쪽 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왼쪽)과 권호웅 북쪽 단장이 평양 고려호텔에서 회담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런 점에서 이번 회담의 성과를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12월 제주에서 열린 17차 장관급회담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핵문제에서 9·19 베이징 공동성명의 이행을 원론 차원에서 재확인한 것도 그렇거니와, 군사적 분야에서의 긴장완화도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못했다.

그나마 경협은 새로운 합의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였다. 북쪽도 제한 없는 투자·협력을 요구했고, 남쪽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일정 지역을 특구화해 집중투자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남쪽이 제안한 함경남도 단천지역의 민족공동자원개발 특구는 명시적인 합의를 담아내지 못했다. 단천지역은 특정지역을 남쪽에 개방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북쪽으로서도 내부 검토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강 하구 골재채취에 합의한 것은, 임진강 수해방지사업과 마찬가지로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대한 협력사업이라는 점에서 성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문제는 5월 중 열릴 1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경추위) 전체회의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추위 회의에선 이번에 북이 요청한 50만t의 쌀을 식량차관 형태로 지원하는 문제도 협의하게 될 것이다.

권호웅 북쪽 단장은 22일 전체회의에서 “넘지 못할 산이 없고, 건너지 못할 강이 없다”고 결의를 다졌지만, 남북이 강을 건너기엔 물살이 거칠고, 정상까지 오르기엔 길이 험했다.


‘공식 의제’ 밖의 ‘핵심 현안’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방북 문제가 합의 수준에 이른 것은 공동보도문 8개항보다 더 무게를 갖는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김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비롯해 남쪽이 이번 공동보도문에 담고자 했던 핵심문제도 모두 김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장관급 회담이 서론이고, 디제이의 방북이 본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장관은 요코타 메구미의 남편으로 알려진 김영남씨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이 진지하게 접근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런 대목들은 이번 회담을 공동보도문의 합의만으로 평가할 수 없게 만든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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