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차관 “작통권 환수해도 미군철수·동맹와해 없다”
한국과 미국이 오래도록 협의해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 일부 보수세력이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논점의 하나는 “전작권 환수가 결국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과연 그런가?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은 9일 내외신 정례 기자회견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로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한-미 동맹이 와해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실제 한-미는 지난 3월 양국 합참의장이 맺은 ‘한-미 지휘관계 연구 및 보고를 위한 관련 약정’(TOR)에서 △한-미 상호방위조약 유지 △주한미군 지속 주둔과 미 증원군 전개 보장 △정보자산 등 한국군 부족전력은 지속 지원 등 3개항의 추진 원칙에 합의했다. 국방부 한-미 동맹 발전연구 태스크포스도 “이 점은 한-미 실무·고위급 협의 때 몇차례에 걸쳐 확인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유 차관은 “작전권 환수 문제는 남북관계의 긴장이 팽팽하던 1987년 처음 제기돼 지금껏 계획에 따라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며 갑작스레 제기된 현안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일부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이라는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의 일환으로 주한미군 재배치와 감축이 이뤄지고 있는만큼, 주한미군을 2만5천명으로 줄이기로 한 2008년 이후에도 전작권 환수 여부와 관계없이 일부 지상군 감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평화공존을 모색해야 할 한반도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과도한 군비증강 흐름이 뚜렷하다는 게 진짜 걱정거리”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 국방부는 동맹 재편과 함께 패트리엇(PAC-3) 한국 배치 등 주한미군 현대화에 1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고, 한국 국방부가 ‘국방개혁 2020’에서 추산한 2020년까지의 국방비 합계는 621조원이다.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펴낸 ‘아시아의 재래 군사력 균형 2006’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북핵 위기로 2002년부터 동아시아 지역의 군비 지출은 급증 추세다. 동아시아 군비 지출액은 2005년 1924억달러로 2001년(1375억달러)에 비해서 40.1% 늘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전작권 논란을 두고 “남북의 평화공존 등 21세기 평화로운 한반도를 이루려고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에 가짜 쟁점이 진짜 쟁점을 가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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