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박진원 사무총장(맨 왼쪽에서 네번째)과 <한겨레> 취재기자 등 방문단 6명이 평양 고등교육도서 인쇄공장 앞마당에 도착한 인쇄설비를 북한 쪽 관계자들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평양/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한겨레통일문화재단, 공책생산 인쇄설비·기술 지원
‘평양어린이학습공장’ 가보니
기계는 멈춰 있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사장 민병석) 책임자와 취재기자, 북에 공책 인쇄설비를 설치할 기술진 등 방문단 6명이 지난 8일 찾아간 ‘평양 어린이 학습공장’은 노동자들의 손놀림만 있을 뿐 조용했다. 공장 1층의 일부 인쇄설비만 교과서를 찍고 있었다. 2층 제본실에서도 제본기가 고장나 노동자들은 나무틀을 가지고 손으로 직접 교과서를 짜고 있었다. 이 공장은 평양시의 세 곳 공책공장 가운데 가장 큰 공장이다. 그러나 이 곳도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피할 수 없었고 현재 공책 생산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한겨레〉는 새해 첫날 독자들에게 10가지 약속을 하면서(〈한겨레〉2006년 1월1일치 1면 참조) 올 10월까지 북녘에 어린이 공책 공장을 세울 것을 약속했다. 2003년 ‘통일어린이문고’ 사업을 진행하면서 북이 한겨레통일문화재단에 공책 생산 사업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고, 재단이 이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북-미 관계 경색으로 올 초부터 한반도의 ‘정치 날씨’는 내내 ‘우기’였다. 그러나 사업은 묵묵히 진행됐다. 통일문화재단은 올 4월 15억여원 규모의 공책 생산 지원 사업을 펼치기로 확정했다.
재단이 보낸 인쇄설비는 이날 방문단이 도착하기 몇시간 전 배편으로 공장에 먼저 와 있었다. 제판·인쇄·제본 3단계로 이뤄진 생산 과정에서 남쪽은 애초 인쇄설비와 종이·잉크만 제공하기로 했으나, 이날 북쪽 공장 책임자와 논의 과정에서 제판설비와 제본기도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음달 12일부터는 남쪽 인쇄 기술자 8명이 한달 동안 평양에 머물며 인쇄설비 설치를 끝낸 뒤, 북쪽 인쇄 노동자들에게 운영기술을 전수할 계획이다.
일정대로 진행된다면, 새해부터는 북한 전 지역의 소·중학생들이 시간당 3만부씩 생산되는 공책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통일문화재단의 박진원 사무국장은 “인쇄설비는 시작입니다. 종이와 잉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게 절실합니다” 라고 거듭 말했다. ‘견우와 직녀’사이의 다리가 되고 싶은 독자는 한겨레통일문화재단(02-706-6008)으로 전화하면 된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사업가 김철호(작고)씨가 “민족 화해를 위해 써 달라”며 한겨레신문사에 기탁한 5억원과 전남 구례군 땅 1만2천평을 ‘종잣돈’ 삼아, 3만2천여명의 국민들이 출연금을 내고 대한적십자사 한완상 총재, 영화감독 임권택씨, 영화배우 안성기씨 등 각계 인사 23명이 발의자로 참가해 96년 7월 세워진 ‘국민재단’이다.
평양/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평양/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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