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를 방문 중인 한명숙 국무총리가 20일 저녁(현지시각) 트리폴리 시내 바블 아지지야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예방해 노무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트리폴리/연합뉴스
한총리와 회담…한국기업 유전개발 장애제거 약속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20일(현지시각)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과 관련해 “다시 한번 중재 노력을 시도해 보겠다”고 말했다. 카다피 원수는 이날 저녁 트리폴리 시내 지도자궁에서 한명숙 총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한 총리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평화적 해결을 통해 개혁·개방의 길로 나설 수 있도록 카다피 지도자가 노력해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김석환 총리실 공보수석이 밝혔다.
카다피는 이날 “북한 핵문제에 대해 이미 (내가) 북한에 중재 노력을 시도했고, 여전히 (북핵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결과는 없었다”며 자신이 최근까지 남북한에 북핵 관련 중재안을 내놨던 경험을 한 총리에게 소개했다.
그는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북한에 특사를 파견해 북한의 핵포기를 설득한 데 이어 같은해 12월 주한 리비아 대사를 통해 한국에도 북한의 핵포기와 주한미군 철수안을 뼈대로 하는 한반도 평화 관련 중재안을 전달했던 사실을 밝혔다.
카다피는 특히 “우리가 핵을 포기한 것은 국제사회 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것인데, 국제사회로부터의 지원과 보상이 아직 미흡하다”고 털어놔, 리비아가 2003년 12월 대량학살무기(WMD) 포기 선언 뒤 미국과 영국 쪽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지원 등을 요청했다가 묵살당한 데 대한 ‘섭섭함’도 간접적으로 표명했다고 배석자들이 전했다.
카다피는 이어 한 총리가 “한국기업이 리비아의 유전개발사업에 여러 번 응찰했다 한번도 낙찰이 안되고 외국 메이저사에 모두 밀렸다”며 한국기업의 원유채굴사업 참여지원을 당부한 데 대해 “한국기업이 리비아에서 사업하는 데 어떤 장애도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동아시아로 가는 리비아산 원유의 운송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리비아에서 이웃국가 수단을 경유해 에티오피아 바벨만뎁 해협 쪽 아라비아해로 연결되는 원유 파이프라인 설치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최근 일본이 긍정적 입장을 표명한 만큼 한·중·일 등 동아시아 나라들이 함께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한국으로 돌아가 일본 등과 협력하는 부분에 대해 실무적 논의를 하겠다”며 “특히 새롭게 변화된 리비아의 발전과 원유·철도·항만과 관련된 질높은 신규 합작투자 등 양국 관계에 새 지평이 열리길 바란다”고 답했다.
그는 이날 면담 내내 한 총리에게 호의를 표시했으며, 특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리의 친구’로 표현하며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카다피는 이날 한 총리로부터 방한초청 내용을 담은 노 대통령 친서를 건네받자마자 바로 개봉해 꼼꼼히 읽은 뒤 “적절한 시점에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화답했다.
지난 19일부터 2박3일 동안 리비아 공식방문 일정을 모두 마친 한 총리는 21일 오전 다음 순방국인 카자흐스탄으로 출발했다.
트리폴리/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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