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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한-일 회담에 바란다’ 기고] ‘동북아 비핵화’를 말하자

등록 2006-10-04 18:38수정 2006-10-08 11:06

김영호/유한대 석좌교수·도쿄대 객원교수
김영호/유한대 석좌교수·도쿄대 객원교수
아베 일본 총리의 방한 일정이 발표된 날 일본에서 만난 일본의 한 저명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전후 가장 지독한 보수집단이 정권을 잡았다. 미국 부시 정권의 내부에는 그래도 강온파가 섞여 있는 데 비해 (일본은) 미국보다 더한 네오콘 정권이다. 동아시아에서 진보파적인 노무현 대통령과 서로 동상이몽적인 회담을 한다고 해서 과연 국면 전환이 연출될 수 있을까?”

안개 자욱한 아베 총리 방한

사실 아베 총리는 교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그는 평소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해 오다가 총선 유세 때는 “역사가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총리 취임에 즈음해서는 “정신은 인계한다”는 모호한 태도를 취했고, 다시 총리 취임 뒤 국회 답변에서는 ‘정부의 인식’으로 받아들이는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도 아직 총리 자신의 ‘인식’ 또는 ‘소신’은 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개총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아베 총리의 애매모호한 국면전환 전략은 하나의 흐름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정경분리론’을 비롯해 역사인식에서 ‘정부의 입장’과 ‘총리 소신’의 분리,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총리의 공식 입장’과 ‘개인적 입장’의 분리, 전쟁 책임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역사가 판단’의 분리, ‘식민지배에 의한 대량 인권유린’과 ‘납북 일본인에 대한 인식’의 분리….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한국과 중국을 방문한다. 일단 아베 쪽은 정상회담이 이뤄지기만 하면 앞으로 이 10개월 동안 이어질 각급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과는 이미 물밑에서 야스쿠니 공식 참배 중지를 약속했다는 소문도 자자하다. 그러나 한국은 어떠한가? 중-일 관계가 선행하는 바람에 고립화의 위기를 맞아 강력하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중국은 한 수 위의 대일 외교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미 아베 총리 취임 전에 중국에 투자하고 있는 100여명의 일본 기업인을 초청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중지를 압박하면서 부탁한 바 있다. 그 전에는 민주당의 오자와 대표를 초청해 후진타오 주석이 환대하는 모습을 대대적으로 매스컴에 띄웠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를 압박한 것이다.

앞으로 한국은 야스쿠니 참배 문제에만 매달리는 접근법을 피해야 한다. 아베 총리가 ‘공사 구분론’으로 모호하게 문제의 본질을 덮어버리거나, 야스쿠니 제3추도시설 건립 등의 안이한 방법으로 타결지으려는 데 말려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더 큰 문제를 놓쳐서는 안 된다. 야스쿠니를 모호하게 피하면서 국수주의적 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북한을 가상적으로 삼아 집단적 자위권을 확립하려 하는가 하면, 군비를 확장하고 헌법까지 개정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한말 3대조약 원천무효를

참여정부는 집권 초기 한-일 관계에서 과거 문제를 간과하는 실수를 범했다. 후반기에는 미래 문제를 간과하는 실수까지 이어졌다. 과거 문제의 핵심은 야스쿠니 참배 문제보다 구한말 3대 조약의 원천무효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미래 문제의 핵심은 두 나라의 시민사회가 중심이 되는 ‘시민적 한-일 체제’와, 동북아에서 한국 경제가 설 자리를 찾는 전략의 하나로 한-일 경제협력체제의 확립에 모아져야 한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아베의 강경론에 대해선 북한 핵 개발의 저지에 일본의 비핵화까지 연계하는 ‘동북아 비핵지대론’을 제기해볼 일이다. 아무쪼록 아베의 안개 자욱한 방한에 정부는 길을 잃지 말기를 바란다.

김영호/유한대 석좌교수·도쿄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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