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에게 ‘군사·과학강국’ 강조…자긍심 부여
외부적으로 단결 과시…정권 위기론 일축 의도
외부적으로 단결 과시…정권 위기론 일축 의도
북한이 핵실험 성공에 대한 본격적인 자축에 들어갔다.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는 20일 평양시민과 군인 등 10만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핵실험 성공을 환영하는 평양시 군민대회가 열렸다.
지난 9일 핵실험을 실시한 뒤 조선중앙방송, 중앙TV 등 언론 매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성공적 실험 소식을 전했던 북한이 공식적인 대규모 행사를 열고 '축제' 분위기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핵실험 11일만이다.
북한이 뒤늦게 자축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내부적인 결속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결의안이 통과되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주민들에게 '핵보유국'에 대한 자긍심을 부여함으로써 하나로 묶어 내겠다는 것이다.
최태복 노동당 중앙위 비서가 연설에서 "미 제국주의자의 반공화국 적대시정책으로 인해 우리 나라의 정세는 긴장하고 혁명의 앞길에는 준엄한 시련이 가로놓여 있다"며 "당의 영도를 받들고 나라의 방위력을 튼튼히 다지면서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을 다그치자"고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특히 이번 핵실험이 '군사강국'의 완결점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6일 'ㅌ.ㄷ' 결성 80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서 "얼마 전에 100% 우리 지혜와 기술에 의거해 성공적으로 진행된 지하핵실험은 강위력한 자위적 국방력을 갈망해 온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커다란 고무와 기쁨을 안겨준 역사적 사변으로서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는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그동안 미국의 침략 가능성을 주민들에게 강조하면서 흔들리지 말 것을 강조해 왔다면 이제는 핵보유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김정일 정권에 대한 믿음과 충성심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1998년 '대포동 1호'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은 '강성대국'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에게 국가발전에 대한 낙관주의를 심어줬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핵실험 성공이라는 사실을 통해 '과학강국'의 자긍심을 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번 행사에 과학자까지 동원을 하고 대표격으로 장철 교수가 연설을 통해 "우리 나라는 가장 정의롭고 공명정대한 과정을 거쳐 핵보유국의 지위에 오르게 됐다"며 "이런 과학기술인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조국과 민족의 크나큰 자랑"이라고 말한 것도 자긍심 심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북한이 10만여명이라는 큰 규모의 환영대회를 개최한 것은 제재를 통해 북한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죄는 국제사회를 향한 과시의 성격도 띤 것으로 보인다.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뒤 일각에서는 북한경제가 급속도로 악화될 것이고 김정일 정권이 사회적 혼란 등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이번 대회를 통해 '너희들이 우리의 목을 조여도 단결로 뭉친 우리 정권을 훼손하지는 못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최 당비서가 대회에서 미국 주도로 이뤄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거론하면서 "우리 군대와 인민은 추호의 두려움도 없이 당의 선군영도따라 일심단결의 위력과 자위적 국방력으로 미제의 책동을 짓부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7일 지난달 교통사고를 당해 몸이 불편한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 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을 비롯해 김기남 노동당 비서, 리용철.리제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리재일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리명수.현철해.박재경 군 대장 등 북한 지도부를 대거 이끌고 인민군 협주단 공연을 관람한 것도 지배력의 공고함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은 이번 행사를 통해 국내적인 통합의 기반을 높이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국제사회의 제재에 맞서 내부결속을 다져나가는 행사를 계속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이 핵실험 실시 11일이나 지나 뒤늦게 대규모 군중대회를 가진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노동당 창건 61주년(10.10) 및 'ㅌ.ㄷ' 결성 80주년(10.17) 등 여러 정치행사가 맞물려 늦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핵실험 직후 열린 이들 행사를 통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고립.제재에 대응한 내부 결속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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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 기자 jy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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