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덤터기’ 우려에 “부담 부풀려져”
확정안된 항목 끼워넣고 중복계산도
확정안된 항목 끼워넣고 중복계산도
‘2·13 합의’를 놓고 한국이 중유 분담 외에 △쌀·비료 지원 △대북 송전 △경수로 지원까지 다 떠안아 매년 1조원에 이르는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는 ‘덤터기 논란’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셈법은 ‘중복 계산’과 확정되지 않은 모든 항목을 한국 부담으로 끼워 맞춘 ‘부풀리기’ 성격이 짙다고 지적한다. 북핵 폐기를 위한 전체 비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낼 돈은?=이번 합의로 한국은 우선 60일 안에 북한에 중유 5만t 상당의 긴급 에너지 지원을 해야 한다. 북한이 핵시설 폐쇄·봉인과 감시·검증을 수용하는 데 대한 상응조처다. 두번째 단계에서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조처가 이뤄지면 5개국은 중유 95만t을 균등 분담하게 된다. 이 경우 한국의 부담은 1단계 5만t과 2단계 19만t을 더한 중유 24만t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중유 1t 가격이 316달러(국제 현물시세 기준)이며, 여기에 1t당 7~14달러의 운송·보험료가 추가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내놓을 중유 지원 비용은 7700만달러(약 722억원)다.
6자 회담 한국 협상단의 고위 관계자는 “이번 균등분담 원칙은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도록 참가국들이 함께 요구한다는 정치적 의미가 크다”며 “북핵 문제가 우리 안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참가국들이 산술적으로 모두 똑같은 비용을 낸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균등 부담이 지켜지겠지만 한국의 부담액이 약간은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덤터기 논란 진실은?=이 돈만으로 북핵 폐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합의는 초기조처이며, 앞으로 최종 핵 폐기까지 가는 동안 다른 상응조처를 계속 논의해야 한다. 일부에선 한국이 연간 2000억원 정도의 쌀·비료 지원, 200만㎾ 송전, 200만㎾ 경수로 건설 비용(46억달러 중 70%를 한국이 부담) 등을 다 떠안게 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가 그 돈을 다 덤터기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 당국자는 “우선 쌀·비료 지원은 남북 간에 인도적 지원으로 진행돼 온 사안이고 이번 6자 회담 합의와는 별도의 비용”이라고 말했다.
또, 북은 남의 200만㎾ 송전 제안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경수로는 9·19 공동성명에 “향후 적절한 시점에 논의한다”고 돼 있으며, 이론적으로 북한의 핵 폐기가 완료돼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한 뒤에나 가능한 사안이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북한 핵 폐기에 따른 경수로 등 에너지 지원은 앞으로 한국에 유리하게 협상을 해나가야 할 사안”이라며 “경제 리스크를 해소하고 남북 경제 통합을 위한 에너지 기반시설을 정비한다는 면에서 지원 문제를 봐야 하며, 한국이 약간 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퍼주기 시각으로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북 언론 “핵시설 임시중단” 표현 논란
북 외교성과 돋보이도록
‘초기조처’만 보도 가능성 중유 100만t의 지원 대가는 ‘핵시설 불능화’인가, ‘핵시설 가동 임시중지’인가? 북한 관영매체의 6자회담 보도가 이런 논란을 낳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6자회담 직후 “회담에서 각 측은 조선의 핵시설 가동 임시 중지와 관련해 중유 100만t에 해당한 경제, 에네지 지원을 제공하기로 하였다”고 보도했다. ‘핵시설 불능화’란 표현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불능화와 가동 임시중지는 큰 차이가 있다. 불능화는 원자로 등 핵 시설을 뜯어내 다시 작동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을 뜻한다. 영구 폐기의 바로 앞 단계이다. 반면 가동 임시중지는 동결이나 봉인, 폐쇄 정도의 조처를 취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동결의 경우 핵시설의 전원을 중단하는 것일 뿐이고, 출입구를 봉쇄하는 폐쇄 역시 언제라도 다시 시설을 가동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2·13합의가 1994년 ‘제네바 합의’와 가장 크게 다른 것으로 ‘불능화’의 명시를 꼽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북한이 한, 미 등과 달리 이번 합의의 수준을 제네바합의 정도로 낮춰보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불능화를 일부러 가동 임시중지로 규정함으로써, 앞으로의 협상에서 보상 수준을 높이려는 것일 수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하지만 관영매체의 이런 언급만으로 북한의 의도를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많다. 통신이 합의문 전문이 아니라 합의내용의 극히 일부만을 보도한 점도 이런 반론의 근거이다. 북한 정부 차원의 실질적 이해와는 별개로 유리한 부분만을 축약 보도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합의문은 북한의 조처를 핵시설 폐쇄·봉인, 핵 프로그램 목록 협의 등을 하는 ‘초기조처 기간’과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 및 불능화를 포함하는 ‘다음 단계’로 나눠 제시하고 있다. 초기단계엔 5만t의 중유가 가고, 다음 단계의 실행과 연동해 나머지 95만t의 중유가 지원된다. 통신은 이 가운데 북한의 행동은 ‘초기조처’로 설명하면서, 제공받을 중유는 두 단계의 총량으로 제시했다. 관영매체로서 북한의 외교적 성과를 극대화해 선전하려는 의도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남북 경협도 ‘햇볕’ 기대감 개성공단 추가분양 준비에 분주
내금강 관광 이르면 3~4월 가능 “6자회담 결과에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거치며 더 튼튼한 체질을 갖춘만큼, 올해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 희망해본다.”(현대아산 김영수 부장) 13일 베이징에서 막을 내린 5차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되면서 남북경협 사업에 대한 기대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관련 업체들은 ‘신중한 낙관론’ 속에 관광 프로그램 개선과 공단 추가분양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단 개성공단에서는 그동안 두차례나 미뤄졌던 1단계 추가 분양이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토지공사는 150여개사를 입주시킨다는 계획 아래 53만평에 대한 분양공고를 조만간 낼 방침이다. 8천평 규모의 아파트형공장을 짓고 있는 산업단지관리공단은 이달 말 임대분양 공고를 낼 계획이다. 7월 준공될 예정인 해당 부지는 상하수도 등의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시계업체 로만손의 김기문 대표는 “개성사업은 투자분위기만 살아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며 “로만손과 협력사들의 경우 애초 250명이던 북쪽 직원들이 950명까지 늘어났고 기술도 손에 익어 만족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품전문업체 재영솔루텍의 김학권 회장도 “개성공장은 초기투자에도 불구하고 이미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6자회담 당사자끼리의 약속이 이행된다면 남북간 거래는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본단지 1차분양을 벌인 개성공단은 애초 24개사 중 3개사가 입주를 포기했지만, 좋은사람들·코튼클럽 등 7개사는 이미 공장을 가동 중이고, 5개사는 공장건립에 착공한 상태다. 의류봉제업체 녹색섬유의 박용만 사장은 “6자회담 소식으로 마음이 바빠졌다”며 “8월로 잡은 착공시기를 오는 4월로 앞당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녹색섬유는 1000평 안팎의 공장을 짓고 300여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금강산에서는 내금강 관광과 18홀 골프장 개설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내금강은 이르면 3~4월부터 관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6월 시범운영을 거쳐 10월에 열리는 골프장은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수민 임주환 기자 wikka@hani.co.kr
북 언론 “핵시설 임시중단” 표현 논란
북 외교성과 돋보이도록
‘초기조처’만 보도 가능성 중유 100만t의 지원 대가는 ‘핵시설 불능화’인가, ‘핵시설 가동 임시중지’인가? 북한 관영매체의 6자회담 보도가 이런 논란을 낳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6자회담 직후 “회담에서 각 측은 조선의 핵시설 가동 임시 중지와 관련해 중유 100만t에 해당한 경제, 에네지 지원을 제공하기로 하였다”고 보도했다. ‘핵시설 불능화’란 표현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불능화와 가동 임시중지는 큰 차이가 있다. 불능화는 원자로 등 핵 시설을 뜯어내 다시 작동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을 뜻한다. 영구 폐기의 바로 앞 단계이다. 반면 가동 임시중지는 동결이나 봉인, 폐쇄 정도의 조처를 취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동결의 경우 핵시설의 전원을 중단하는 것일 뿐이고, 출입구를 봉쇄하는 폐쇄 역시 언제라도 다시 시설을 가동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2·13합의가 1994년 ‘제네바 합의’와 가장 크게 다른 것으로 ‘불능화’의 명시를 꼽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북한이 한, 미 등과 달리 이번 합의의 수준을 제네바합의 정도로 낮춰보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불능화를 일부러 가동 임시중지로 규정함으로써, 앞으로의 협상에서 보상 수준을 높이려는 것일 수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하지만 관영매체의 이런 언급만으로 북한의 의도를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많다. 통신이 합의문 전문이 아니라 합의내용의 극히 일부만을 보도한 점도 이런 반론의 근거이다. 북한 정부 차원의 실질적 이해와는 별개로 유리한 부분만을 축약 보도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합의문은 북한의 조처를 핵시설 폐쇄·봉인, 핵 프로그램 목록 협의 등을 하는 ‘초기조처 기간’과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 및 불능화를 포함하는 ‘다음 단계’로 나눠 제시하고 있다. 초기단계엔 5만t의 중유가 가고, 다음 단계의 실행과 연동해 나머지 95만t의 중유가 지원된다. 통신은 이 가운데 북한의 행동은 ‘초기조처’로 설명하면서, 제공받을 중유는 두 단계의 총량으로 제시했다. 관영매체로서 북한의 외교적 성과를 극대화해 선전하려는 의도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남북 경협도 ‘햇볕’ 기대감 개성공단 추가분양 준비에 분주
내금강 관광 이르면 3~4월 가능 “6자회담 결과에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거치며 더 튼튼한 체질을 갖춘만큼, 올해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 희망해본다.”(현대아산 김영수 부장) 13일 베이징에서 막을 내린 5차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되면서 남북경협 사업에 대한 기대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관련 업체들은 ‘신중한 낙관론’ 속에 관광 프로그램 개선과 공단 추가분양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단 개성공단에서는 그동안 두차례나 미뤄졌던 1단계 추가 분양이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토지공사는 150여개사를 입주시킨다는 계획 아래 53만평에 대한 분양공고를 조만간 낼 방침이다. 8천평 규모의 아파트형공장을 짓고 있는 산업단지관리공단은 이달 말 임대분양 공고를 낼 계획이다. 7월 준공될 예정인 해당 부지는 상하수도 등의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시계업체 로만손의 김기문 대표는 “개성사업은 투자분위기만 살아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며 “로만손과 협력사들의 경우 애초 250명이던 북쪽 직원들이 950명까지 늘어났고 기술도 손에 익어 만족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품전문업체 재영솔루텍의 김학권 회장도 “개성공장은 초기투자에도 불구하고 이미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6자회담 당사자끼리의 약속이 이행된다면 남북간 거래는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본단지 1차분양을 벌인 개성공단은 애초 24개사 중 3개사가 입주를 포기했지만, 좋은사람들·코튼클럽 등 7개사는 이미 공장을 가동 중이고, 5개사는 공장건립에 착공한 상태다. 의류봉제업체 녹색섬유의 박용만 사장은 “6자회담 소식으로 마음이 바빠졌다”며 “8월로 잡은 착공시기를 오는 4월로 앞당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녹색섬유는 1000평 안팎의 공장을 짓고 300여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금강산에서는 내금강 관광과 18홀 골프장 개설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내금강은 이르면 3~4월부터 관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6월 시범운영을 거쳐 10월에 열리는 골프장은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수민 임주환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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