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전략인가 핵우선해결론인가
“6자 회담에서 한반도비핵화 과정이 정부가 추진하는 최우선 과제다. 남북대화도 보조적·지원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확고한 정부 방침이 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21일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이뤄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알다시피 참여정부는 ‘평화번영정책’에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진전의 병행 전략”을 줄기차게 강조해왔다. 제2차 북핵 위기 발발 이후 현실에서는 남북관계가 핵문제에 짓눌린 적이 많지만, 정부의 방침 자체는 ‘병행 발전론’이었다. 그런데 송 장관은 “6자 회담 합의 이행과 남북대화의 선순환적 기능”이라는 어구를 덧붙이긴 했지만, 둘을 ‘주종 관계’처럼 묘사했다. 이른바 ‘핵문제 우선 해결론’을 떠올리게 한다.
핵문제와 남북관계는 상관성이 높지만, 서로 겹쳐지지 않는 영역이 있다. 때문에 두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놓고 오래도록 논쟁이 있어 왔다. 한반도에서 남북한 및 미국이 맺고 있는 3각 관계의 특수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교훈은 있다. 핵문제 우선 해결 방침을 고수하다보면, 자칫 독자적 행위자로서 한국의 기반과 구실이 줄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부가 병행 발전론을 고수해온 근본 배경이다. 더욱이 우리에겐, “핵을 가진 북과는 얘기할 수 없다”며 남북관계를 끊은 뒤 손놓고 있다가 ‘제2차 한국전쟁’ 위기와 1994년 북-미 제네바기본합의에 맞닥뜨린 쓰라린 기억이 있다. 북-미가 핵심 행위자일 수밖에 없는 핵문제에 모든 걸 걸 수 없다는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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