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군납 식품업체 위생점검 결과
‘60만 장병’ 6년간 15건…병원엔 환자 줄이어
역학조사 규정 무시…국방부 “내년부터 보완”
역학조사 규정 무시…국방부 “내년부터 보완”
60만 장병의 밥상을 관리하는 군의 식중독 예방·관리 체계가 크게 부실한데다, 일선 군부대의 식중독 사고 대부분이 은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관련 법률에 따라 군의 식중독 예방 등 관리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은 군의 ‘부실 관리’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23일 국방부 자료를 보면, 2002~2007년 식중독 사고는 모두 15건에 15~547명 규모로 연간 1~5건이 발생했다.(표) 군의 ‘전염병·식중독 역학조사 지침’은 같은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신 뒤 두 명 이상이 설사 증세를 보이면 ‘집단 식중독’으로 의심해, 설사 환자를 보고하도록 해 왔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성구 한나라당 의원이 수도통합병원 등 전국 군병원 16곳에서 설사 환자를 진료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실제 환자 발생 현황과 국방부의 발표는 차이가 컸다. 국방부의 지난해 식중독 통계는 육군 2건, 해군 1건, 공군 0건으로 모두 179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군병원 진료기록을 보면, 이들 병원에서 지난해 설사로 입원하거나 외래 진료를 받은 사례는 각각 112명과 1640명이고, 올해 들어선 9월 현재까지 각각 98명과 1753명으로 되어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식중독이 0건이라던 공군에서 같은 부대 소속 9명이 식중독으로 외래 진료를 받은 기록이 나오는 것은 물론, 식중독으로 의심되는 감염성 설사 환자는 수백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일선 군부대의 한 군의관은 “복지부 질병관리본부와 식약청 등은 군부대 식중독 파악에 눈을 감고, 군의관은 부대 지휘관의 통제 아래 있으니 웬만한 사고는 덮고 넘어간다”며 “올해 초 급식안전 행사 때도 ‘설사 사고 엄중 문책’이란 엄포만 난무했는데, 어떤 지휘관이 사고 보고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국방부에 보고된 군내 식중독 사고의 역학조사도 각종 규정을 위반하며 졸속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부대의 역학조사 보고서를 보면, 대부분 식중독 경로 파악을 위해 필수적인 ‘보존식 72시간 보관’ 규정조차 지키지 않았다. 또 육군은 바이러스 검사 능력도 없는 일선 보건소에 검삿감 분석을 의뢰하고 나서 ‘바이러스 감염 추정’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부실한 조사로, 15건의 식중독 사고 가운데 ‘원인 미상’만 5건이고, 나머지도 제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이 의원은 “위생점검 결과 군납 식품업체 30%가 위생기준을 위반하는 등 군부대 밥상이 안전한 게 아니라 위험을 은폐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방부 보건복지관실 김성준 보건정책팀장은 이에 대해 “공식 통계보다 훨씬 더 많은 식중독 사고가 있고, 역학조사 전문 인력이 없다 보니 기존 조사에 허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내년에는 집단 설사 환자가 전산으로 파악되도록 군의무 기록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역학조사에 민간 전문인력을 적극 활용하도록 국방부 장관과 복지부 장관 등의 협의를 규정한 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군부대 식중독 발생 보고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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