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8일 저녁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 안 정비지구식당에서 생존 장병(가운데)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얼굴을 쓰다듬고 있다. 평택/사진공동취재단
해군이 15일 예상보다 빠르게 천안함 함미(배꼬리)를 인양할 수 있었던 데는 어려운 고비 때마다 희생을 감수한 실종자 가족들의 결단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3일 밤 “구조 작업을 중단하고 선체 인양 작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가족들은 “희망을 버릴 수 없지만 또 다른 죽음을 불러선 안 된다”며 눈물을 삼켰다. 앞서 지난달 30일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팀(UDT) 소속 한주호 준위가 수중 수색 작업을 하다 숨진 터였다. 이정국 실종자가족협의회 대표는 발표 당시 울먹이며 힘겹게 말을 이어갔는데, 선체 인양 작업으로의 전환은 곧 ‘가족의 죽음’이라는 힘겨운 현실을 인정하는 과정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후에도 중요한 결정 때마다 설득과 이해의 과정을 거쳐 만장일치 합의를 내놓았다.
12일 인양 작업의 전환점을 마련한 ‘함미 저수심 지대 이동’을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심 45m 깊이에 가라앉았던 함미를 4.6㎞가량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실종 장병들의 유실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46명의 실종자 가족 대표들은 민간 인양업체와 군 쪽의 제안이 들어온 지 10여분 만에 전체회의를 통해 전격 합의를 이뤄냈다.
가족들은 함미 인양이 임박한 14일에는 실종 장병의 장례 절차를 논의할 ‘실종 장병 장례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은 함체가 인양되더라도 많게는 10명 이상의 주검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종 실종자는 산화한 것으로 처리하고 장례 절차를 진행한다’고 결정해 해군 등의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
평택/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