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이 남긴 것 (상) 문제점 진단
군사력 강화할수록 북도 집중 ‘반작용’
군사력 강화할수록 북도 집중 ‘반작용’
함정끼리 밀어내기 공방(1차 서해교전)으로 시작된 무력충돌은 함대함 포격전(2·3차 서해교전)을 거쳐 방사포와 자주포가 동원된 원거리 화력전(연평도 포격전)으로 확대됐다. 규모와 강도를 높여가는 서해상의 대결양상은 남북이 펼치는 ‘군사력 게임’의 구조적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1·2차 서해교전을 거치며 우리 군은 교전규칙의 절차를 단순화하고 신형 고속정과 4500t급 구축함을 전진배치하는 등 해상 전력 강화에 힘을 쏟아왔다. 이에 맞선 북한군의 대응은 해안지대의 포 전력을 증강함으로써 해군력의 열세를 만회하는 것이었다. 해안포와 방사포 전력을 강화하고, 실크웜·샘릿 등 지대함 미사일을 보강했다. 나의 안보를 강화하려고 취한 조처가 상대방의 반작용을 야기해 오히려 나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전 이후 정부와 군은 교전규칙 강화와 자위적 공중폭격 허용, 정밀타격무기와 감시장비 증강, 서해5도 지하요새화, 서해5도사령부 신설 등 전력강화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남북의 군사적 충돌을 막을 근본해법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군사전문 <디앤디포커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우리 군이 서해 전력을 증강하면, 북쪽은 연평도에서 위력이 입증된 방사포 전력을 강화하면서 사정거리가 늘어난 신형 장사정포, 지대지 미사일 등으로 공격전력을 재구축하고 특수부대와 잠수함 등 이른바 비대칭전력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갈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아무리 공격전력을 강화해도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 한 군사적 효과는 크지 않다”며 “지형 조건에서 유리한 북한군이 증강된 무기로 집중공격을 해온다면 제대로 반격도 못해보고 궤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군사력에 의존한 방위전략은 필연적으로 안보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불안과 긴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대화를 통한 신뢰구축으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상호 군축으로 나아가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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