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기관사
특공대 싣고 북한군 향한 김재현씨
6·25 전쟁 당시 가장 먼저 한반도에 상륙했던 부대는 미군 24사단이다. 그들은 북한군과 대전에서 맞닥뜨렸다. 전투 끝에 막대한 군수물자가 북한군의 손에 넘어가고 당시 사단장이던 딘 소장은 북한군 포로가 됐다. 곧바로 미군은 구출작전을 위해 특공대를 조직했다. 특공대원은 33명, 이동수단은 기차였다. 성공 확률이 희박한 작전이었다. 그때 한국인 김재현(사진) 기관사가 나섰다.
특공대를 실은 기관차가 북한군의 점령지로 내달렸지만 이미 북한군은 구출작전을 대비해 매복해 있었다. 구출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북한군의 총구가 인근역으로 되돌아가는 기관차에 집중됐다. 김씨는 운전대를 부여잡은 채 그 자리에서 순직했다. 당시 나이 28살이었다.
6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2012년 6월26일, 그를 대신해 그의 가족들이 미 국방부가 수여하는 ‘특별 민간봉사상’을 받는다. 미 정부가 민간인이나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 훈격의 상을 한국인으로 처음 받는 것이다. 딸 제권씨와 아들 제근씨 모두 아버지처럼 철도원이 됐다. 코레일은 이미 62년 순직비를 건립했다. 이 곳을 지나는 기관차는 짧은 경적을 울리는 것이 관행으로 남아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코레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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