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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훈련날짜 겹친 2차상봉단 “불안해 잠을 잘 수가…”

등록 2014-02-13 20:35수정 2014-02-13 21:52

“죽기전 봐야, 옷도 사뒀는데…”
“훈련 그냥 한다는데 방법 없나” 
적십자사에 문의전화도 잇따라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2월24일~4월18일)을 이산가족 상봉 이후로 연기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개최 여부가 다시 불투명해졌다. 특히 한-미 훈련 기간과 겹치는 2차 상봉단(2월23~25일) 이산가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950년 6·25전쟁 때 북으로 끌려간 큰형님 화인(85)씨와 만날 날을 고대하는 김두인(80)씨는 <한겨레> 기자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9월에 상봉이 무산된 뒤 화가 나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번엔 군사훈련 때문에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 자꾸 나이는 먹고 답답한 마음을 말로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고향인 전남 강진에서 큰형님 화인씨가 북으로 끌려간 뒤 2년 만에 어머니는 화병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전쟁 직후 아들이 북으로 갔다는 이유로 고초를 겪었다. 김씨는 “그동안 서럽게 살아온 세월을 누구한테 말하겠느냐. 할 수 있는 일이 없이 이렇게 기다려야만 한다는 게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쟁통에 북으로 끌려간 동생 원제(85)씨를 만날 예정인 이오순(89)씨는 “지난해처럼 또 허탈한 결과가 나올까봐 불안해서 오늘 하루 뉴스 보기가 힘들었다. 다리가 불편해 걷기 힘든데, 그래도 죽기 전에 얼굴은 한번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퍼와 내복을 한벌씩 사놨는데 그거는 전해줘야 하지 않겠느냐. 남북이 서로 양보해서 내가 죽기 전에 동생 얼굴이라도 한번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간곡히 말했다. 이씨는 “인민군이 동사무소 앞으로 모이라고 해서 갔던 동생이 그길로 끌려갔다. 스무살이었던 동생의 얼굴이 눈에 선하고 너무 그립다”며 울먹였다.

김기영(81)씨는 1950년 북으로 끌려간 형 기성(85)씨를 떠올리며 “어렸을 때 학생이었던 형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언론에 나온 걸 보니 정부가 훈련을 그냥 한다던데, 다른 방법이 없는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워낙 어렸을 때 일이라 얼굴도 가물가물하지만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에는 이날 상봉 행사의 개최 여부를 묻는 전화가 수없이 걸려왔다. 한 적십자사 직원은 “상봉단 참가자들은 대부분 노령이라 불안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 걸려오는 전화마다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으니 걱정 마시고 건강을 잘 관리하시라고 안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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