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고위급 대표단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보낸 4일, 비공개로 진행된 남북 고위급 오찬 회담에 앞서 오전 11시14분부터 송도 오크우드 호텔 37층 제네시스룸에서 열린 티타임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남북 대표들의 티타임 모두 발언은 다음과 같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남한 북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4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영빈관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 우리 측 관계자들과 식사하기 전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길재 통일부장관
우리 남북이 참으로 같은 민족이고 거리로 따지만 걸어서도 금방 올수 있는 그런 거린데 이길을 이렇게 멀리 오랜시간 돌아오시게 되서 참 너무나 반갑습니다. 귀한 손님을 모시고 오찬을 하겠 됐습니다.
이번에 오찬회담 계기로 남과 북, 북과 남 모두 다 좋은 순서(순위) 갖게 됐습니다. 북의 역도 엄윤철 선수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몸무게의 3배 이상을 들어 그야말로 북의 역도사상 참으로 드문 기록을 남겼습니다.
여기저기 참으로 우리 민족의 저력을 지구 만방에 떨칠수 있는 기회가 됐기 때문에... 이 기회에 북측의 여러분이 오셔서 잘지내시길 바라고, 폐막식에 참여 해주신데 대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가지로 아마 불편함이 있겠지만 널리 양해 이해해주시고 가급적으로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양건 비서
우리 총정치국장이 오셨습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인천 아시안 게임은 조선민족의 힘을 세계에 과시한 뜻깊은 대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북과 남이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 전체 민족에게 큰 기쁨을 줘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개막식도 아니고 폐막식이지만 우리 총정치국장이 오셨습니다. 불시에 오게 됐습니다. 맞이하기 위해 급히 관심을 갖고 수고들 많이 해주신데 대해서 사의를 표합니다. 정말 이번에 경기대회 성적이 좋습니다. 북과 남입니다. 축구는 북과 남이 독차지했단 말입니다.
한기범 국가정보원 1차장
남자는 우리가 이겼지만 여자는 북측이 선전했습니다.
류길재 장관
축구 시합 갔는데 부위원장 옆에서 앉아서 봤습니다. 여자축구는 북측이 멋지게 승리했으니까 남자축구는 우리에게 양보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사실 별 뜻 없이 얘기했고, 내가 보니까 공을 잡고 있는 비율은 남측이 높았는데 북측이 훨씬 효율적인 축구를.. 공격이 매우 매서웠습니다. 공이 크로스바도 맞고 사실상 들어갈뻔한 그런 기회도 있었고 선 부위원장에게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막판에.. 그야말로 북측이 아마 대승적인 관점에서 여자는 이겼으니까 남자는 우리가 양보하자고 한 게 아닐까요.
(김양건, 류길재 장관 발언 동안 계속 웃음)
최룡해 비서
체육지도위원회 관계자로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북과 남의 인민들의 조국통일에 대한 민심에 대해서 더 높게 잘 알게됐습니다. 이번에 남측 응원단과 선수들이 사심없는 응원을 해줬고, 이번 경기대회 편리를 조직위 남측에서 잘 보장했기 때문에 우리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조국통일을 위한 사업에서 체육이 제일 앞서지 않았는가 하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습니다. 모든 부분들에 대해서, 이번에 대규모 대표 선수단이 근 20일 이상 해온 것을 보나 인민들이 (보내준)사심없는 응원을 보나. 텔레비를 보니까 구호도 부르고 통일기도 다 흔들면서 응원하는 것을 보고, 체육이 다시말하면 조국통일을 위한 데에서 앞섰구나 하는 자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에 앞서 이날 만남을 위해 오전 10시 57분 오크우드 호텔 1층 로비에 류길재 장관과 천해성 본부장, 김기웅 실장 등이 나와서 대기하고 있었고, 오전 11시 5분에 김양건 비서가 양복 차림으로 웃으며 1층 로비를 거쳐서 엘리베이터 앞으로 등장했다.(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과 왔으나 누군지는 파악 안됨) 곧 그들과 기자들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말들이 오갔다.
“오늘 회담에서 어떤 내용 하실건가?”
“왔으니까 얘기를 해봐야 알지”
“좋은 결과 기대해도 괜찮나”
“(고개를 끄덕거림)”
뒤이어 김양건 비서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고, 곧바로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선글라스를 낀 경호원 3~4명과 함께 군복차림으로 등장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뒤에 최룡해 비서가 들어섰다. 그와 기자들 사이에 오간 말.
“오늘 무슨 일땜에 왔나?”
“그걸 몰라서 묻나.”
“오늘 회담에서 무슨 말씀 하시고 싶으신가?”
“그건 앞으로 이야기를 해봐야 알지.”
“좋은 결과 기대해도 되나?”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거림)
최 비서도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37층 제네시스룸으로 이동했다.(황병서 국장과 최룡해 비서는 엘리베이터 같이 탄듯)
오전 11시 14분, 37층 제네시스룸(11시 22분까지만 공개)에 정부 관계자와 북한 대표단이 들어간 뒤 기자단이 도착했다.
티타임 장소는 가로로 긴 14명용 테이블만으로도 꽉 찰 정도였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차관, 김기웅 실장, 천해성 본부장 등 6명은 창가쪽 자리에 앉고 그 반대편에 황병서 국장이 가운데, 그리고 그 오른쪽에 김양건 비서, 황 왼쪽에 최룡해 비서가 앉았다. 김양건 비시와 최룡해 비서 옆에도 북한 관계자들이 앉았으나 누군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환담 중간중간에 커피가 들어왔고, 티타임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남북 축구 이야기 나오자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서로 웃으며 이야기했고, 김양건 비서 등은 허허 소리를 내며 웃기도 했다.
이후 오찬회담은 인천 시청 근처의 영빈관에서 진행됐다.
최현준 기자haojune@hani.co.kr